지난 1년간 우리 국민들의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은 67%로 2003년에 비해 5% 증가했다. 관람 비중은 영화 60%, 연극 11%, 미술전시 10%, 콘서트 8%, 클래식 5% 등 순수문화와 대중문화가 고르게 포함됐다. 또 박물관, 공연장 등의 여가문화시설도 확대됐고 이용률도 5년 전에 비해 13%나 증가한 52%로 나타났다.
특히 2008년 5월부터 시작된 국립 박물관·미술관의 무료 개방으로 관람인원이 1000만명을 넘음에 따라 영국 아트 뉴스페이퍼(Art Newspaper)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관람객수가 아시아에서 1위, 세계에서 10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국민들의 영화 관람도 평균 3편(2009년) 이상일 정도이고 국산영화 점유율이 50%나 된다.
이처럼 국민들은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문화에서 삶의 위안을 찾고 있는 것 같다. 더 나아가 누구나 문화를 체험하고 이용하는 문화생활이 습관화되면 문화의 다양성과 정체성이 산업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다. 그러한 바탕이 문화의 생산, 소비, 분배의 선순환 구조를 이끌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사례를 보면, 초중등 학생때부터 꿈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영화 관람뿐만 아니라 시나리오 분석과 글쓰기 과정을 거쳐 직접 영화를 제작하는 등 공교육차원에서 체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우수 영화 인력을 배출하고 있다. 또 영국 내 약 3000개 학교에서 영화클럽(Film Club)이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 10년간 1만3000명의 어린이와 청소년(5~19세)들이 900여 편의 디지털 단편영화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퍼스트 라이트(First Light) 프로젝트가 추진되었다.
최근 우리나라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조선왕릉(2009년), 하회 및 양동마을(2010년)이 등재되거나 세계기록유산에 동의보감(2009년)이 등재된 것도 우리 전통문화의 다양성과 정체성을 보호하는 일이다. 또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는 외규장각 도서와 일본 궁내청에 있는 조선왕실의궤와 같이 국외 문화재를 환수한 노력도 국제 문화교류가 있어 가능했다. 무엇보다 기초생활수급자에게 문화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이른바 문화바우처(voucher) 예산이 올해 347억원(작년 67억원)으로 확대된 점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창조경제시대에는 경제, 기술, 미디어 기기, 네트워크 인프라 등의 하드웨어 파워보다 문화, 가치(이야기), 감성, 제도 등의 소프트 파워가 중심적인 경쟁가치가 된다. 소설 해리포터와 같이 하나의 이야기가 거대한 부를 만들어 내는 스토리노믹스가 대표적 예다.
특히 위치기반의 증강현실이나 오감체험의 감성콘텐츠와 같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를 허물고 혁신적이고 다양한 모바일 앱 콘텐츠 개발이 보편화됨에 따라 1인 콘텐츠 창조기업도 탄생하고 있다. 스마트, 3D 등 차세대 글로벌 콘텐츠를 개발·제작·유통하기 위해서는 부처 간·분야 간 융합과 협업이 절실히 필요하다. 문화예술, 방송통신기술, 미디어기기, 콘텐츠 등이 창의적으로 결합될 때 스마트 파워로서 시너지 효과를 갖는다.
반지의 제왕 사례처럼 유럽을 비롯한 오랜 역사를 지닌 나라의 설화들을 차용해 영화를 만드는 할리우드, 파리의 노트르담 사례처럼 자국의 문화유산을 예술작품에 형상화시키는 프랑스, 중국 인상유삼저의 사례처럼 자연환경을 활용해 세계 최대의 야간 수상 오페라로 소득과 고용창출을 이뤄내고 있는 것도 창의적인 융합기술에서 비롯되었다. 이제 우리도 창의적인 인재 양성으로 스마트 파워를 키워야 한다.
노준석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분석팀장 yes0253@kocc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