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스마트패드와 IT SW산업의 변화

[ET단상] 스마트패드와 IT SW산업의 변화

1995년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빌 게이츠 회장은 자신의 저서인 ‘미래로 가는 길’에서 ‘Information at your finger tips’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는 사용자가 마우스 등의 디바이스를 이용해 손쉽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말로 월드 와이드 웹의 탄생과 GUI 기반의 윈도OS, 비업무목적인 가정용PC 시장의 급성장을 표현했다.

 해외 주요 PC 제조사인 HP와 에이서의 컴퓨터 출하량은 2010년 3분기를 기준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반면에 애플의 아이패드로 촉발된 스마트패드 시장은 태블릿 전용 OS인 안드로이드 3.0 허니컴의 출시를 계기로 급성장해 올해 4분기에는 6500만대 이상의 출하를 기록하며 일반 PC의 생산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고 보니 2001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XP 태블릿 에디션을 출시한 지 꼭 10년 만이다.

 스마트패드 시장의 개화로 IT SW산업의 생태계도 이젠 진화를 해야 할 때가 왔다. 지금 이 순간도 SW 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점차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SW 기업들이 윈도 기반 응용 SW를 개발하거나 전 세계 브라우저의 90% 이상을 차지하던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위한 웹서비스를 개발했다.

 스마트패드 시장은 다르다. 애플의 아이패드가 채택하고 있는 iOS4와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채택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허니컴으로 나뉘게 되는 만큼 새로운 OS 플랫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상품 개발을 병행하지 않는다면 기존 윈도 시장에서 가지고 있었던 기득권을 일거에 잃어버릴 수 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개발사들은 모바일 SW뿐만 아니라 스마트패드용 SW 분야로의 손쉬운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 지난해 많은 모바일 기업들이 심각한 인력난을 겪었으나 시장 확장에 따른 신규인력 유입 가속화도 기대할 만하다.

 사용자 경험(UX) 전환에 따른 새로운 서비스 전략도 필요하다. 많은 기업들은 그동안 스마트폰 SW시장을 ‘웹 투 모바일(Web to Mobile)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이미 존재하는 수많은 웹 서비스의 해상도를 변경하는 등의 작업으로 모바일에 최적화해 보여주는 일종의 변환작업을 수행한 것이다. 스마트패드 시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은 그 이상이다. 변환서비스가 아닌 전용서비스가 필요하게 된 시점이다.

 예를 들면 PC에서 인터넷 쇼핑을 즐길 때 손쉽게 검색할 수 있는 키보드가 있기에 ‘이미 사고자 하는 상품’의 최저가를 신속하게 찾아내는 가격비교 사이트를 이용한다. 오픈마켓에서도 모델명을 입력하여 최저가 상품 위주로 판매가 되는 ‘수요 만족형’ 상품 판매 위주였다. 하지만 스마트패드에서는 플리핑 기능을 통해서 상품을 재미삼아 넘겨보다가 ‘새로운 상품을 발견’하여 구매하게 되는 ‘수요 촉진형’ 판매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고객은 새로운 UX에 맞는 최적화된 서비스를 원하는 것이지 웹에 있는 것을 그대로 자신의 스마트패드에서 볼 수 있다고 놀라워하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거실에서, 지하철에서, 공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 스마트패드를 바닥에 놓고 두 손으로 키보드 자판을 치며 오자를 수정해가면서까지 쇼핑하는 열성을 고객에게 바라서는 안 된다.

 지난해가 모바일 시장의 원년이었다면 올해는 스마트패드 시장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빌게이츠의 15년 전 한마디는 이제 ‘Information at your finger tips on sofa’로 바뀌게 될 것이다. 편안한 거실에서 불편해진 입력장치가 가져올 태블릿 PC의 새로운 혁명을 기대하며 우리나라 IT 기술이 모처럼 MS의 그늘에서 벗어나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싸워주기를 희망한다.

 고종옥 포비커 대표 red@fob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