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게임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타가 공인하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는 숙제가 남아 있다. 바로 ‘북미 시장 공략’이다. 해외 진출을 시작한 지 10년이 지나면서 게임 수출 16억달러 돌파라는 금자탑을 쌓았지만 북미 시장의 벽은 아직 높기만 하다.
북미 시장은 사실상 미국과 같은 의미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콘텐츠 시장이다. 2009년 기준으로 게임 시장 규모가 330억달러에 달한다. 세계 게임 시장 전체의 30%를 차지하는 금액이다. 결국 미국 시장을 뚫는다면 그 게임은 단숨에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 잡는다.
북미 시장에서 가장 괄목할 성과를 낸 기업은 넥슨이다. 넥슨은 지난 2005년 북미법인 넥슨아메리카를 설립한 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왔다. 그 주역은 ‘메이플스토리’다. 여기에 ‘던전앤파이터’와 ‘드래곤네스트’ 등 검증된 흥행작이 가세한다.
2007년 2900만달러 수준이던 넥슨아메리카 매출은 2008년 4050만달러로 급성장한 후 2009년 4526만달러에 달했다. 아직 결산이 끝나지 않았지만 2010년에는 6000만달러에 육박할 전망이다.
다니엘 김 넥슨아메리카 사장은 “2011년 상반기까지 게임 수를 두 배 이상으로 늘리고 다양한 마케팅을 펼쳐 성장세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또 “앞으로 3년 정도 고속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사장 예상대로 넥슨아메리카가 현재와 같은 고속 성장을 3년 정도 지속하면 2013년 매출은 1억2000만달러에 달한다. 아메리칸 드림이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넥슨아메리카는 주요 매출원인 선불카드 판매처를 계속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이 회사가 2007년 선불카드를 처음으로 내놨을 때 판매망은 한 곳에 불과했지만, 2010년 초 기준으로 세븐일레븐 등 유력 유통업체 20여개의 4만개 점포로 늘어났다.
엔씨소프트 역시 북미 시장 성공 가능성 예약 1순위다. 이 회사는 북미·유럽 통합 법인 엔씨웨스트뿐 아니라 개발 스튜디오인 아라나넷도 운영한다. 마케팅과 고객 지원은 물론이고 게임 개발까지 현지에서 해낸다는 청사진이다.
엔씨소프트는 한국 시장 역대 최대 흥행작인 ‘아이온’으로 북미 시장을 노크했지만 아직 만족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 회사는 지금 개발 중인 ‘길드워2’에 큰 기대를 건다. 전작 ‘길드워’가 한국 게임의 북미 시장 진출 신호탄이라면 후속작으로 대박을 터뜨린다는 각오다.
지난해 9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게임전시회 ‘팍스(PAX) 2010’ 현장에선 길드워2를 해보려는 관람객이 엔씨소프트 부스에서 장사진을 이뤘다. 이 자리에서 마이클 오브라이언 아레나넷 대표는 “길드워가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에 이은 2위 게임이었다면, 길드워2는 1등 게임을 만들겠다”고 선언해 화제를 모았다.
신생 개발사 블루홀스튜디오는 다크호스다. 이 회사가 만든 ‘테라’는 게임 사상 최대인 400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쏟은 대작이다. 11일 NHN 한게임을 통해 국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북미 시장은 블루홀스튜디오가 직접 서비스한다. 신생 개발사가 감당할 시장이 아니라는 우려도 있지만 이 회사는 자신만만하다.
이 회사는 작년 6월 세계 3대 게임전시회 중 하나인 E3에 단독 부스로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김강석 블루홀스튜디오 사장은 “초기부터 글로벌 콘텐츠를 염두에 두고 개발했기 때문에 북미 시장에서도 곧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며 “부분 유료화가 아닌 월 이용요금을 받는 방식으로 정면 승부를 걸겠다”고 밝혔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