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전자업계 의료시장서 금맥 찾는다

일본 전자업체들이 의료기기 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의료시장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백색가전이나 첨단 정보통신(IT)기기 시장에서 한국은 물론 중국 등 저가 제품과의 경쟁이 치열해져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일본 기업들은 자체 기술을 활용해 의료기기 시장을 개척한다는 방침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소니가 디지털카메라에 사용하는 센서를 활용한 내시경 개발에 나섰다고 18일 보도했다. 또 캐논은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진단장치 개발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파나소닉과 샤프는 각각 3D기술과 태블릿단말기 기술을 활용해 의료용 디스플레이와 데이터관리시스템에 적용할 방침이다.

소니가 개발 중인 상품은 내시경에 사용되는 센서에 디지털카메라 등에 사용되는 CMOS센서로 대체한 것이다. 회사 측은 센서를 바꾸면 해상도가 높아져 환부에 대해 더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니 측은 내시경 제조업체 등에 납품하되 앞으로는 타 의료기기 업체와 제휴해 직접 내시경 개발에 나서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또 현재 모니터에 사용되는 액정보다 해상도가 뛰어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사용한 모니터 제품 개발도 추진한다.

소니는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메디컬 솔루션 사업부`까지 만들었다.

캐논은 신체에 레이저광을 쏘였을 때 발생하는 초음파를 통해 암을 조기에 진단하는 `광 초음파 진단장치`를 개발 중이다. X선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피검사자 신체에 부담이 덜 간다는 이점이 있다. 2015년까지 유방암 검진을 위한 장비를 실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캐논은 디지털카메라와 사무기기 등에서 자사가 보유한 센서ㆍ영상처리기술을 응용할 경우 의료 분야 사업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캐논은 구체적으로 2015년까지 의료기기 관련 매출을 현재의 3배인 1000억엔(1조34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킨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파나소닉과 도시바는 TV에 활용하는 3D기술을 의료용 장비에 응용한다는 계획이다.

입체 영상을 통해 수술 시뮬레이션이나 영상진단의 정확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본 전자업체들이 이처럼 의료기기 시장에 관심을 갖는 것은 기존 사업 분야에서 수익성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삼성전자의 순익은 일본 전자업체 상위 19개를 합한 것보다 많을 정도로 일본 기업의 경쟁력이 낮다. 여기에 중국 등 신흥국 업체들 역시 최근에는 빠른 속도로 가전시장에서 일본 업체들을 따라오고 있다. 그만큼 신성장 동력의 발굴이 시급한 상황에서 의료기기에 관심을 돌리게 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에피스콤은 의료기기 전 세계 시장 규모를 2367억달러(약 264조원, 2009년 기준)로 추정했다. 선진국의 의료기기 지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신흥국 성장이 이뤄지면서 2020년까지 전체 시장 규모는 4800억달러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기기 특성상 소비자를 상대하느라 저가 출혈경쟁이 심한 전자제품에 비해 수익 역시 안정적이란 것도 장점이다.

[매일경제 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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