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개봉한 영화 ‘아이 엠 러브’는 상류층 가정의 균열과 몰락을 주요 얼개로 가져가면서 이탈리아 영화의 독특한 스타일을 선보인다. 고전의 풍미와 현대적인 감수성을 조화롭게 빚은 이 영화는 고색창연하고 클래식한 배경에서 ‘물질보다 인간에 대한 사랑이 최선’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낸다.
상류 재벌가 여성으로 분한 틸다 스윈튼은 욕망을 누르고 사는 내면의 쓸쓸함과 공허함을 밀도 있게 표현했다. 밀라노, 산레모 등 유명 도시가 영화의 분위기와 흐름을 같이 한다. 이 밖에 화려한 요리와 고급스러운 골동품, 햇빛이 넘치는 휴양 도시와 냉기가 흐르는 금융 도시의 풍경도 볼거리다.
밀라노의 상류층 재벌가문인 레키가에 시집온 ‘엠마(틸다 스윈튼 분)’는 존경 받는 아내이자 세 남매의 자상한 어머니다. 화려하지만 어딘가 결핍된 자신의 삶에 회의를 느끼던 엠마는 아들의 친구인 요리사 안토니오(폴라비오 파렌티 분)와 만나면서 알 수 없는 열정에 사로잡힌다.
살아가는 이유였던 아이들이 자신만의 독립적인 삶을 찾아가자 기쁨과 동시에 더한 공허감을 느끼게 되는 엠마. 결국 그녀는 고독감과 걷잡을 수 없는 욕망으로 안토니오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산레모로 향하고, 그들은 운명적으로 재회하게 된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