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이공계 인재를 우대하자

[월요논단]이공계 인재를 우대하자

 젊은 시절 온 몸을 던져 정치 민주화를 이룬 김영삼 전 대통령은 늘 ‘인사가 만사’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 역시 ‘회사는 사람이다’는 말을 자주했다. 정치든 회사든 사람이 하는 일이니 사람이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지만 우리가 그 중요성을 간혹 잊고 지내기 쉽기 때문에, 말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경각심을 새롭게 일깨우기 위해 사람의 중요성을 자주 거론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의 경제는 수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수출산업은 각 산업에 종사하는 인력의 경쟁력이 곧 그 산업의 세계 경쟁력이 된다. 한 회사를 운영함에 있어 재무, 연구, 생산, 영업 그 어느 분야 중요치 않은 것이 없으나, 수출제품의 핵심경쟁력은 기능, 가격, 품질의 혁신에서 비롯된다. 이 혁신은 산업에 종사하는 연구개발인력으로부터 대부분 나온다. 대한민국 경제의 중추는 수출산업이고, 수출산업의 대들보는 연구개발 분야의 우수한 인재다.

 지난 30년간 조선, 자동차, 전자, 화학 분야에서 우리가 이루어낸 혁신을 보자. 30년 전 일본의 제품을 모방하기 바빴던 우리 기업들은 몸담은 엔지니어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현재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일류 기업으로 부상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HP나 지멘스를 제치고 매출 기준으로 세계 최대 전자업체가 됐다. LG화학은 일본의 신에Tm를 제치고 아시아지역 화학분야 최대 시가총액을 자랑한다. 현대자동차는 도요타, GM 등이 두려워하는 자동차 기업으로 우뚝섰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세계 1위 수주량을 자랑했던 국내 조선산업은 2년간 중국에 선두를 내주었지만 올해는 고부가가치 선박수주를 확대하면서 다시 1위에 오를 기세다.

 이 혁신을 이루어낸 주체는 누구였던가. 1960년대 초반부터 이공대학에 입학해 산업계에 투신한 60세 전후의 엔지니어들이 이 혁신의 주인공이었다. ‘우리도 한번 잘살아보세’라고 외치던 1960년대 초부터 1990년대 말까지, 가장 우수한 대한민국의 영재들이 화공, 전자, 기계, 컴퓨터공학을 지원했다. 의과대학보다, 법과대학보다 공과대학의 인기학과가 훨씬 더 치열한 경쟁을 보였고, 단연 최고의 영재들이 공과대학을 지원했다. 그리고 이 영재들이 산업계의 인재가 되어 오늘의 수출입국을 이루어 냈다. 그러나 2011년 대학지망 우선순위를 보면 우리나라의 장래에, 좀 더 직접적으로 표현하자면 수출산업에,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직면하게 된다. 더 이상 영재들이 이과대학이나 공과대학을 지원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스포츠 스타가 되고, 연예인이 되면 20대 젊은 나이에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대단한 대접을 받는다. 20대의 젊은 엔지니어가 산업에 충격을 줄 만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기는 어렵다. 새로 형성되는 인터넷 서비스산업 붐 때 잠시 기회가 있기는 했지만, 산업계에서 혁신을 이루어 내는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졸업 후 10년여의 세월 동안 각고의 노력을 전문분야에 쏟아야 한다.

 연예계 스타를 키우듯, 스포츠 스타를 키우듯,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과 재원을 투자하여 산업계의 인재를 키워야 한다. 영재는 평범하지 않다. 평범치 않은 영재를 남들과 같이 평범하게 대우해서 수출산업의 인재로 키우기는 불가능하다. 산업계를 지원하는 이공계 영재에게 사회적 대우를 차별화하자. 논란은 있겠지만 대한민국이 세계 5위 이내의 수출강국으로 우뚝 서는 데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

 이부섭 동진쎄미켐 회장 bslee@dongj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