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 노래 중엔 ‘뉴욕에서 성공하면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는 노랫말이 나온다. 그만큼 뉴욕이라는 도시는 가수로서 성공하기에 꽤 까다로운 곳임을 뜻하는데, 뉴욕에서 가수로 이름을 날린다면 어느 곳에 가서도 성공을 기대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테크놀로지 세계에 있어서는 실리콘밸리가 뉴욕과 같은 곳이다. 전 세계 IT기업은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을 거둔다면 다른 지역에서도 성공할 것이란 믿음을 갖고 도전한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노랫말처럼 실리콘밸리는 외국 IT기업에는 가장 어려운 관객이 되는 셈이다.
이는 몇 가지 이유로 설명될 수 있다. 첫째, 이곳에선 언제나 새로운 기술이 개발된다. 특히, 실리콘밸리 일상 속에는 기술이 깊게 파고 들어있다. 가족 중의 한 명은 엔지니어거나, 아니면 엔지니어가 옆집에라도 살고 있을 정도다. 심지어 기술과 전혀 관련 없는 직업을 가진 교사나 음식점 종업원도 새로운 기술에 관심이 많고 대부분 얼리어답터다. 이만하면 기술에 정통하고 안목 높은 소비자다. 그러니 실리콘밸리라는 시장이 기대수준이 높고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그 회사가 뮌헨이나 방갈로르에 있든 서울에 있든 상관 없다. 실리콘밸리 소비자는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 마다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것이 가능해졌는가라는 높은 잣대를 들이댈 것이며, 제품이 미국의 표준규격에 부합하는지도 따져가면서 구매를 결정한다.
둘째, 실리콘밸리엔 이미 자리 잡은 쟁쟁한 IT기업이 새롭고 혁신적인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여 새로운 기업이 이름을 알리기 위해선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누군가 하루 칼로리 소비량을 측정하는 모바일 앱을 만든다면, 이와 관련된 앱을 개발하는 모든 회사를 경쟁사로 여길 것이다. 만약 데이터센터의 디지털 정보를 저장하는 제품을 생산한다면 이와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모든 기업이 경쟁사가 될 것이다. 그런데, 실리콘 밸리의 경우는 그보다 더 치열하다.
여기에선 소비자 마인드 셰어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동종 업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IT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왜냐하면, 소비자 마음속 대부분의 공간은 애플, 구글, 페이스북, HP, 오라클, 인텔 등과 같은 쟁쟁한 IT기업이 이미 다 차지하고 새롭게 시장에 진입하려는 벤처는 그 나머지 공간을 놓고 치열하게 싸워야 하는 구조기 때문이다. 해외 IT기업이 실리콘밸리를 정복하기 위해선 바로 이러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결코 쉽지 않다. 살아남을 수는 있지만 꽤나 험난한 길이다.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나는 지난 20년 동안 실리콘밸리에 진출하고자 하는 수백개의 해외 기업을 만나보았다. 그들과 경험을 통해서 미국시장에서 낭패를 보는 기업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음을 알았다. 바로 자신의 나라에서 성공하면 미국에서도 먹힐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은 그래서 제품의 기능과 특징이 미국 소비자 니즈에 맞는지 꼼꼼히 따지고 충분히 고민하지 않는 것이다. 분명 큰 실수다. 그래서 필자는 해외 기업을 처음 만날 때 제품의 기능과 특장점에 대해 먼저 묻는다. 물론 십중팔구 의아해 하기 일쑤다. 그러나 오랜 경험이 말해준다. 제품이 제대로 만들어 지지 않았다면, 세계 최고의 PR팀을 두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계획을 논하기 전에 미국 시장에서 성공할 것인지부터 따져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에 겪은 일이다. 지난해 말, 한 유럽 회사가 휴대폰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자문을 받기 위해 찾아왔다. 아이디어는 분명 혁신적이었고 미국 시장에도 어필할 만한 혜택을 제공해 주는 서비스였다. 하지만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이 서비스는 일반 휴대폰에서만 지원되었고, 스마트폰에서는 전혀 쓸 수 없는 기능이었다. 미국은 올해 전체 휴대폰 사용자들 중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어떤 평가가 내려질 것인가. 결국 언론과 애널리스트들은 이 서비스를 미국 시장에 전혀 걸맞지 않은 구시대적인 서비스로 낙인찍을 것이다.
나는 그 유럽 기업에 다른 나라에서 먼저 성과를 거둔 후 성공 케이스를 갖고 미국으로 다시 오라고 조언했다. 그것만이 이 서비스가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자칫 ‘구식 기술’로 치부될 수 있는 위험을 비켜갈 방법이었다.
물론 그 기업은 우리와 함께 일하지 말고 다른 곳으로 가보라는 제안에 당황했을 것이다. 하지만 성공적인 실리콘밸리 진출을 위해서는 시장 환경에 적합한 제품과 그 제품의 신뢰도를 입증할 만한 객관적 근거들을 갖춰야 가능한 것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미국 시장에 맞춰 제품을 개선하고 인지도를 높이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자산이 무엇인지 좀 더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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