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토끼의 해다. 토끼는 항존하는 위기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비법을 터득해왔다. 첫째 비법은 신속하고 많은 정보다. 토끼는 고성능 안테나와 같은 큰 귀를 늘 쫑긋 세우고 정보를 물색한다. 두 번째 비법은 머리 양쪽 측면에 있는 눈이다. 이 눈은 호시탐탐 사방에서 토끼의 고기와 간을 노리는 적들을 경계하도록 진화했다. 또 토끼는 유사시 점프하기 쉽도록 뒷다리가 상대적으로 길다. 눈과 귀를 동원한 35계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 처하면 토끼는 가파른 언덕 위쪽을 택해 36계를 쓴다. 무엇보다 토끼의 생존전략은 창의적인 혁신마인드다. 용왕을 위해 간을 내놓으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토끼는 혁신적 창의성을 발휘해 위기를 모면한다.
그럼에도 토끼를 비롯한 초식동물들이 사라지고 호랑이 같은 거대 육식동물들만 남게 된다면 생태계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의 생태주의 생물학자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에서 생태계가 다양한 존재들의 대사슬이라는 점을 간과한 폐해를 분석하고 있다. 자연생태계에서 집단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는 영국의 생태학자인 찰스 엘턴이 말한 ‘종 다양성 유지’에 있다. 이는 우리의 기업생태계에도 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최근의 동반성장이라는 화두도 건강한 기업생태계를 만들기 위함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3만~4만달러대로의 도약에 대한 희망과 함께 빈부의 양극화 및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깊은 갈등에 대한 우려가 많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고 기대가 충족되기 위해서, 또 우리의 경제가 지속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소상공인들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경제생태계를 조성하여야 한다.
건실하고 지속적인 성장은 건강한 기업 생태계의 초석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성장의 몫이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지속적 성장이라는 경제 생태의 선순환 구조를 위해 가장 강조되는 것은 혁신이다. 혁신의 대가 스티브 잡스의 말 한 마디와 그의 건강에 세계의 증시를 달아오르거나 냉각될 정도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애플의 혁신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도, 잡스 혼자 이룬 것도 아니다. 수십만명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결집된, 그야말로 기술융합의 극치요 혁신의 결정판이다.
15년 만에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모름지기 정책과 제도는 해당 기업군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실효성이 있어야 한다. OECD에 의하면 대부분의 고용이 혁신형 중소기업에서 창출되고 기업 간의 거래와 R&D 투자에 비례하여 성장 발전한다. 국민소득 2만달러의 턱을 뛰어넘기 위해서 대기업은 함께하는 협력업체를 도와 전문기업으로 성장시키려 노력하고, 정부도 글로벌 히든 챔피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법제도를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여건이 충족될 때 우리는 선순환 구조의 건전한 경제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동반성장은 동반노력이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이라고 대기업과 정부의 도움만을 바라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중요하고 기본적인 요건은 더불어 성장하려는 대·중소기업인들의 의지와 실제적 노력이다. 이를 위해 ‘혁신은 중소기업으로부터’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창의적 혁신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 성장도약을 위한 원동력으로서, 대기업에 필요로 한 기술을 함께 연구개발한는한 노력이 지속적인 협력 발전을 위해서 절실하다. 다행히 지난해 대통령직속 동반성장위원회가 발족되어 국민적 기대가 크다. 신묘년을 기점으로 우리의 경제생태계가 건강한 도약을 하기를 기대해본다.
한승호 이노비즈협회장 sh4han@hans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