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디지털 사회에서 대표적 문화활동으로 자리잡은 미디어가 게임이다. 국민의 약 20% 이상이 게임으로 여가생활을 즐긴다. 게임은 특정세대를 넘어 국민 전체의 문화 활동으로 자리매김했다. 본격적으로 게임이 우리 사회에 등장하기 시작한지 이제 10여 년 남짓이다. 역사는 매우 일천하지만 혜성처럼 나타나 현대 대중문화의 일각을 단숨에 확고히 장악했다.
40대 이상은 잘 실감하지 못해도 30대 이하 국민들에게 게임은 거의 필수적인 놀이다.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소통의 핵심 수단이기도 하다. 그들은 기성세대들이 고스톱에 몰입했던 것처럼 게임을 사랑하고 흠뻑 빠져 즐긴다. 스포츠의 미래가 어두워진다고 할 정도로 카리스마 넘치는 신참 놀이가 게임이다.
게임은 호모 인터네티카에게 비타민 같은 영양소이자 편안한 안식처가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가상현실을 통해 지금까지 그 어느 세대도 느끼지 못했던 제2의 삶을 쉽게 누리게 해준다. 가장 값 싸게 현실을 떠나 또 다른 현실을 휘젓고 다니게 해주며 마음껏 웃게도 울게도 만든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이 퍼져 있는 것처럼 게임은 보편화돼 있다. 2008년 세계 게임 산업 규모는 약 1019억 달러이고, 우리나라 게임 산업 역시 약 5조6000원 규모에 이른다. 2009년 게임 수출액은 15억 달러에 달한다. 올해 국내 게임 산업은 영화산업의 3배 규모를 넘어서 9조6000원에 달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요즘처럼 젊은 실업이 심각한 시기에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고용없는 성장시대에 각광 받는 정책대안으로 떠올랐다.
너무나 재미있고 위력이 크며, 산업으로서의 위상마저 든든하다 보니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게임 과몰입과 사행성 게임물 등의 문제로 인해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다. 입시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공부 안 하는 모든 책임까지 다 떠안았다. 잊을만하면 게임이 빌미가 된 큰 사고가 터지니 설상가상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양산하는 경우가 수도 없이 많이 있거늘 신참이라고 너무 심한 대우가 아니냐고 항변할 만도 하다.
변하지 않는 진리는 모든 게 변한다는 사실이다. 변화는 새로운 긴장과 갈등을 불러 온다. 특히 일상에서 탈출해보려고 하는 영혼이 자유로운 젊은 세대가 새것을 좋아하는 성향에 대한 견제와 몰이해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플라톤은 젊은이에게 ‘시와 소설을 가르치지 말라’, 소크라테스는 ‘알파벳을 가르치지 말라’고 했다. 옛날부터 영향력이 큰 새로운 미디어일수록 앞뒤 안 가리고 위험하게 취급해온 경향이 농후하다.
엄청나게 큰 변화를 몰고 온 21세기의 게임이 소통이 막힌 세대 간 갈등 속에서 극도로 금기 취급을 받고, 일이 터질 때마다 천덕꾸러기가 되니 보기에 안타깝다. 비상도 잘 쓰면 약이 된다고 하거늘,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그리고 콘텐츠 산업의 주역이 된 게임을 단 칼에 몹쓸 것으로 단정하는 일이 옳은지, 신참이기에 선배 놀이의 허물까지 다 뒤집어쓰지는 않는지 잘 헤아려 봐야 한다.
신세대 대중문화 게임이 건전하게 자리 잡고 세계적 산업의 주역으로 성장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문제가 있으면 대화와 소통으로 그리고 전문적 방법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 과유불급,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고 했다. 규제의 칼로 문화현상의 그림자를 삼제하기란 지난한 일이며, 그 부작용 또한 심대하다. 지금 게임에게는 친구의 손길과 같은 배려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김종민 게임문화재단 이사장 kimjongmin@gamecultur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