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좋은 회사, 좋은 CEO

 이 회사는 지난 1976년 설립된 연매출 3조원대의 패키지 소프트웨어(SW) 업체다. 비상장 SW 업체 중 세계 최대 규모다. 고객사 수는 전 세계 122개국 4만 5000여 곳에 달한다. 포춘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중 상위 100대 기업의 90% 이상이 이 회사의 SW를 쓴다. 특이한 점은 ‘직원을 대우하면 그 직원은 회사에 기여를 한다’를 사시로 삼고 있다는 것. 엔지니어는 물론이고 운전기사·정원사 등 소위 단순 노무직에 이르기까지 본사의 6000명 가까운 사원들이 모두 정직원이다.

 지난해 10월 미국 출장길에 이 회사의 회장이란 분을 만났다. 경영 철학이 무엇인지 물었다. 생각할 틈도 없이 “회사를 돕는 사람들을 예우하는 것”이라며 “직원과 그 가족이 잘 되면 회사는 잘 되게 되어있다”는 너무나 명료한 답을 들려줬다. 아직 주식 시장에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 즉답이 날아왔다. 본인으로선 지금까지 비공개 기업이기 때문에 받는 불이익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회사의 지배 구조를 바꿀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 회사 지분의 66%를 보유해 사실상 자신의 기업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자신이 은퇴한 뒤 회사를 누구에게 어떻게 넘겨줄지도 궁금했다. 현재로선 은퇴 계획이 없다고 했다. 다만 생각해 둔 후계자는 있다고 했다. 그러나 후계자가 알려지면 내부 갈등이 예상되는 만큼 때가 오기 전에는 절대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다. 어쩌면 극단적인 자신감에 충만해 보이기도 하는 그에게 혹시 모델로 삼는 회사나 경영자가 있는지 질문했다.

 그는 “특별히 삼을 만한 곳이 없다. 기존의 경험과 나 자신의 경영 철학이 지금까지 회사를 이끌어왔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쯤 되면 자신과 기업의 단점을 생각해 본 적 있느냐는 물음의 답도 짐작할 수 있을 터다. 농반진반 “나 스스로를 사랑한다”면서 “회사도 경쟁사들과 큰 기술력 격차로 앞서나가고 있다”고 자신했다.

 비즈니스 분석 SW 시장 선두 업체인 SAS의 짐 굿나잇 회장이다. 얼마 전 SAS는 포춘 선정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2011년 또 한 번 맞이할 끝 모를 무한 경쟁 속에서 과연 좋은 회사와 좋은 CEO는 어떤 상인지 진지한 고민을 불러오게 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