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두 해 동안 전 세계 IT산업을 움직인 핵심 키워드로 ‘스마트’를 꼽지 않을 수 없다. 스마트폰, 스마트패드, 스마트그리드, 스마트TV, 스마트카드 등 우리 일상 속에서 스마트라는 단어는 상당히 익숙해졌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스마트폰 열풍은 단순히 휴대폰 산업의 지형만을 바꾼 것이 아니다. 경제업계 전반은 물론이고 사회·문화적으로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으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및 모바일 오피스 활성화, 스마트폰을 활용한 뱅킹 상품의 잇따른 출시 등 사회 전반으로 변화를 이끌어냈다.
국내 가전업체가 독보적으로 자리 잡은 세계 TV시장에도 스마트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3DTV에 이어 한 단계 더 진보한 모습을 보여주는 스마트TV는 연초 미국에서 열린 CES에서 집중 조명을 받으며 가전시장에 새로운 주인공으로 부상하고 있다. 스마트폰 경쟁에서 선수를 빼앗겼던 우리나라 가전업체가 스마트TV 분야에서는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준비를 서두르면서 경쟁이 치열해 지는 상황이다.
애플, 구글 등의 플랫폼업체, 삼성전자, LG전자, 소니와 같은 가전 업체, 그리고 IPTV, 케이블업체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향후 개화될 스마트TV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뜨거운 경쟁을 펼치고 있다. 경쟁방식도 단순히 하드웨어 판매가 아닌 애플리케이션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스마트TV는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TV와 휴대폰, PC 3개 스크린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콘텐츠를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다운받아 볼 수 있으며 뉴스, 날씨, 이메일 등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센터의 역할을 수행한다.
미래의 스마트TV 형태는 벽면 전체가 디스플레이화 되거나 홀로그램 기술로 영상을 구현하는 등 TV화면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또 TV후면에 복잡하게 연결되었던 데이터와 파워 선들이 없어지고 초경량, 초박형화되면서 설치와 이동이 편리해지며 기존TV에서 상상할 수 없는 부피와 크기로 변화할 것이다.
3DTV의 입체감을 뛰어넘어 집안의 주변기기와 연동해 사용자에게 디지털 오감 체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영화를 볼 때 에어컨, 조명 등의 기기들이 TV와 연동되면서 촉각, 후각 등을 통해 실제 상황을 느끼는 것과 같은 4D 체험을 제공할 수 있다. 4D 영화는 3D 입체 영상은 기본이고 영화의 장면에 따라 의자가 움직이거나 진동이 발생하고, 바람이 불고 물이 튀며 향기까지 나는 등의 효과로 마치 자신이 영화 속에 들어가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TV시장은 최근 기술이 진화되고 융합하면서 격변기를 맞고 있다. 단순히 기능성과 디자인의 우수함을 뛰어넘어 그 제품이 담아내는 콘텐츠와 서비스로 차별화되는 스마트 물결이 시대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다면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스마트폰 시장에서처럼 또 다시 후발주자가 될 수 있다. 단순히 TV의 하드웨어를 만드는 제조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전자산업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의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무시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또 컨버전스, 즉 기술의 융합에 적합한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잘 읽어 우리의 장점을 잘 적용한다면 새해 글로벌 가전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스마트TV에서 확실한 리더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김정택 SRS랩스코리아 사장 stevenk@srslab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