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정부가 일부 주파수 대역을 경매 매물로 내놓고, SK텔레콤과 KT, 방송사가 순차적으로 일부 주파수를 반납할 예정이어서 이동통신업계에 `황금주파수` 확보 경쟁이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주파수는 음성, 데이터, 동영상 등을 실어나르는 보이지 않는 `도로`라고 할 수 있다. 통신사들 사이에 도로가 겹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정부가 사용 대역과 이용 기간을 정한다.
주파수를 많이 갖추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주파수는 통신업체에 필수 무형자산인 셈이다.
특히 최근 1년 새 늘어나는 스마트폰 소통량(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사업자 모두 추가 주파수 대역이 필요하다.
일단 황금주파수(끊기지 않고 멀리까지 도달하는 주파수)로 불리는 1㎓ 이하 대역은 지난해 주인이 결정됐다.
SK텔레콤이 사용하던 `목 좋은 강남땅` 격인 800㎒ 대역 일부는 LG유플러스가 사용하게 됐다. 그동안 전자태그(RFID), 무선전화 등에 사용되던 900㎒는 KT가 받았다.
새로운 싸움 대상은 하반기 방송통신위원회가 처음 진행하는 주파수 경매에 나올 1㎓ 이상 대역.
첫 매물로 유력한 2.1㎓ 대역을 얻기 위해 이통사들이 치열한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세계적으로 2.1㎓ 대역이 3G(세대) 통신에 사용되고 있어 3G 트래픽 폭증에 고심하는 통신사들이 가장 탐내는 구간이다. 이 주파수를 확보하면 적어도 1120만명의 가입자를 더 수용할 수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일찌감치 방통위에 임차를 원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경매가 과열될 것이란 걱정도 나온다.
하성호 SKT 정책개발실장은 "현재 970만건에 달하는 SKT 2G 가입자를 3G로 전환 수용하기 위해서는 2.1㎓ 대역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연학 KT 가치경영실장은 최근 "폭증하고 있는 데이터 폭발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 추가 주파수가 필요하다"며 "2.1㎓ 외에 다른 주파수를 추가 신청할 수도 있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KT가 오는 7월 반납할 1.8㎓ 대역도 경매에 부쳐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2013년 지상파 방송사들이 방송 전송용으로 사용하던 황금주파수 700㎒ 대역이 매물로 나올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방송업계 반발을 의식해 700㎒ 대역의 사용처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통신사들은 벌써부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통신사들은 주파수를 확보하기 위해 큰 규모의 `이사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에 주파수 임차료(할당 대가)를 내야 하고, 새 기지국 장비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KT와 SK텔레콤은 와이브로용 주파수를 7년간 사용하는 데 각각 1258억원과 1170억원을 냈다.
■< 용어설명 >
주파수:음성, 데이터, 동영상이 오고가는 통로. 정부가 통신, 방송, 무선전화, 무선마이크 등 용도에 따라 사용 구간을 정하고 기업에 할당하는 공공자원이다. 주파수 가운데 1㎓ 이하 대역은 도달 범위가 넓고 끊김이 적어 `황금주파수`라고 부른다.
[매일경제 황지혜 기자 @jihye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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