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 호프만 사장(호프만 에이전시)
새로운 뉴스거리로 언제나 우리의 관심을 끄는 실리콘 밸리에 얼마 전 ‘빅’뉴스가 있었다. 바로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가 에릭 슈미츠 뒤를 이어 구글CEO를 맡는다는 소식이다. 뉴스에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게 몇 가지 있다.
며칠 전 극장에 들어가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내 앞에 있는 어떤 한 남자와 말을 나누게 됐다. 그는 어린이 축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1월임에도 불구하고 15도에 이르는 더운 날씨에, 한국에 곧 개봉될 ‘블랙스완(Black Swan)’ 여주인공, 나탈리 포트먼에 대한 그저 일상적인 대화로 이야기는 시작했다. 나에게 직업이 뭐냐는 질문에 하이테크 산업에 종사한다고 말했더니 대뜸 구글의 갑작스런 CEO 변경으로 화제를 돌리면서 에릭 슈미츠의 구글 CEO하차 이유와 구글 미래 등을 물어왔다. 기술과 관련 없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이 이 정도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면 새 구글CEO가 실리콘밸리를 얼마나 떠들썩하게 만드는지 짐작할 수 있다.
왜 잘 나가던 에릭 슈미츠가 돌연 CEO직에서 물러났는지에 대해 언론이 핵심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의견을 피력하려 한다. 창업 후 대기업까지 구글처럼 짧은 기간을 거친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구글은 1996년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의 스탠포드 박사과정 프로젝트로 시작됐고 지금은 2만4000명 직원이 일하고 있다. 대부분 기업은 창업에서 1000명 직원 규모까지 엄청난 성장통을 경험한다. 규모로 따지면 성장통은 일반 기업 대비 24배 고통에 이른다고 볼 수 있다.
아마존·애플과 같이 성공한 기업의 혁신과정을 살펴보면, 그들은 모두 2만4000명 이상의 직원이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업 문화를 유지하고 제도를 정비하는 데 최선을 다해왔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 성장통을 극복하기 위해 존 스컬리를 영입했지만 결국 1985년 잡스와 스컬리 알력싸움으로 잡스는 회사에서 쫓겨나고 애플은 파산 직전 위기에 처하게 된다. 애플에겐 재앙 같은 사건이었다.
그러나 구글 경영진의 변화는 기업의 라이프 사이클 측면에서 다음 단계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자연스럽게 말해준다. 에릭 슈미츠는 그 임무를 다 했다. 그는 구글이 대기업으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모든 기반을 마련했다. 그가 단기간내 급성장시키기 위해 급파된 CEO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10년간 구글CEO로 일했다. 효과적인 경영을 위해 그는 창업자와 팀을 꾸렸고 3인 경영 체제로 구글을 이끌어왔다. 이제 구글은 보다 기업적인 측면에 힘을 실을 필요가 있고 이는 기존과는 차별화된 리더십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구글은 이제 ‘혁신 기업’ 보다는 ‘성공한 대기업’이라는 인식을 점점 더 강하게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인식의 추이는 차후 구글 성공에 큰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으로 쉽게 간과해선 안될 문제다. 구글이 올해 역사상 최대 규모 채용을 계획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더욱 확실하다. 대략 6200명을 채용할 예정이고 적어도 2000명은 실리콘밸리에서 일하게 될 게다. 기업에게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능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반적인 인재가 아닌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와 기술 전문가를 영입하기 위해선 더욱 그렇다.
2004년 상장된 수천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가진 기업인 구글, 더 이상 재직 4년 후 연금과 스톡옵션을 직원에게 제공하는 급성장 기업 구글을 기대하긴 힘들지만 현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불가능한 것을 추구하는 혁신 기업이라는 인식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구글 검색엔진 발명가로서 CEO가 된 래리 페이지와 함께 구글은 창조와 혁신에 기반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몇 년 전 그 해 기업가로 선정된 그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구글은 이미 두 창업자의 몬테소리 교육 방식에 근간한 경영방침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 자리에서 난 그가 얼마나 몬테소리 교육 방식에 의미를 두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말하는 방식은 자기주도적·창조적·실험적인 접근들을 스스로 자유롭게 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었다. 혁신을 향해 다시 발돋움할 구글의 새로운 변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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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