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료 인하? `LLU`가 정답!

한 기술자가 통신교환설비를 살펴보고 있다.<런던(영국)=오프컴>
한 기술자가 통신교환설비를 살펴보고 있다.<런던(영국)=오프컴>

 ‘시장을 지배하는 통신서비스사업자의 가입자 회선(망)을 잘게 나누어 팔게 하라.’

 세계 공통 골칫거리인 통신서비스 요금을 크게 끌어내릴 해법이 나왔다. 망 별매(Unbundled Lines), 즉 가입자 회선(Local Loop)을 세분화해 판매(Unbundling)하는 것(LLU)이다. 국가별로 통신시장을 지배하는 사업자의 가입자 회선을 경쟁업체가 자유롭게 이용하는 환경이 정착하면 통신료 인하가 뒤따를 개연성이 큰 것으로 입증됐다.

 13일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 오프컴(Ofcom)에 따르면 ‘브리티시텔레콤(BT) 망 별매’가 시장 경쟁을 촉진해 올 1월 기준 인터넷 이용료를 2005년보다 평균 52%나 떨어뜨렸다.

 가입자 회선은 통신상품을 쓰는 각 가정과 사업자의 교환 설비를 잇는 망이어서 투자 부담이 큰 설비다.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사업자가 맞닥뜨리는 가장 큰 장벽이자 기존 사업자가 쉽게 활용하는 고객 방어수단이다. 이러한 장벽이 무너지면서 영국 내 1900만여 인터넷 가입자 회선 가운데 70% 이상을 BT 외 통신사업자가 판매하는 등 시장질서가 바뀌었다.

 BT 망을 별매하기 전에는 영국 시민 대부분이 BT의 인터넷과 유선전화 서비스를 썼다. 하지만 LLU가 도입되면서 여러 통신사업자가 BT의 지역별 통신 교환체계에 통신설비를 설치해 소비자에게 상품(서비스)을 직접 판매할 수 있게 돼 시장상황이 송두리째 바뀐 것이다. 실제 2005년 12만3000회선 수준이던 망 별매 규모가 올 1월 753만회선으로 크게 늘었다.

 변화의 주역은 오프컴이다. 영국 유선통신시장을 지배하는 BT에 가입자 회선을 개방하도록 일련의 규제를 펼친 게 컸다. 이제 영국에서는 BT 외 통신사업자라면 누구라도 적절한 비용을 지급한 뒤 BT의 지역별 통신 교환체계에 자사 설비를 설치(인스톨)할 수 있다. 누구든 BT의 통신 설비(인프라)를 이용해 전화나 인터넷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소비자도 웃었다. 지역에서 BT 외 여러 통신사업자의 전화나 인터넷을 선택할 수 있게 되자 자연스럽게 요금이 내려가고, 품질도 좋아졌다. 덕분에 BT가 아닌 사업자의 유선전화를 쓰던 가정이 영국 내 2550만여 가구의 4%(2005년)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26%로 늘었다.

 특히 영국에서 가정과 소기업에 ‘BT의 가입자 회선을 이용한 전화·인터넷 서비스’를 별매하는 통신사업자가 30여개로 늘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도 적잖은 도움을 준 것으로 보였다.

 LLU는 오랫동안 유선전화와 인터넷 서비스 설비 중복 투자를 막고, 가격 경쟁을 촉진하는 데 유용한 수단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국가별 통신시장 지배적 사업자와 후발 사업자 간 반목·대립으로 시장에 실제로 구현되기까지 진통이 컸다. 한국에서도 2002년부터 KT에 가입자 회선 개방 의무를 씌워 여러 사업자의 유선통신시장 진입 확대를 꾀했으나 유명무실한 상태다.

 이동통신 분야에서는 시장을 지배하는 사업자의 망으로 가상사설망(MVN)을 꾸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유선통신의 LLU와 비슷하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