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제조사들이 각각 10여개의 스마트폰 신제품을 들고 나왔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MWC 2011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업체를 제외하고는 차별화된 신제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유명 업체로는 소니에릭슨이 ‘PSP폰’으로 불리는 ‘엑스페리아 플레이’의 실물을 공개한 것이 거의 유일하다. 그나마 스펙 등은 이전에 공개됐기 때문에 신선함이 떨어진다. 나머지 업체들은 지난달에 열린 CES에서 공개한 제품을 그대로 전시하거나 스마트폰 대신 스마트패드 신제품 내놨다. 앞서 발표한 1~2개 전략제품 외에 추가로 내보일 ‘히든카드’가 없다는 뜻이다.
한 해의 전략 제품을 주요 고객인 글로벌 이동통신사들에게 선보이는 최대 전시회를 무색하게 할 정도다.
1년 새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전시회에 참석한 통신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신제품 고갈 현상을 두고 본격적인 스마트폰의 전환기를 맞이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OS 차별화 사라졌다=지난해까지는 아이폰 돌풍에 맞대응하는 안드로이드폰 군단들의 대거 진출로 요약할 수 있다.
당시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가 일부 기능상 사용에 불편한 점이 있거나 개발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휴대폰 제조사들은 ‘OS의 최적화’를 전면에 내세운 제품을 선보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안드로이드OS의 불편한 점을 해결한 대만 HTC의 자체 UI인 ‘센스UI’다.
그러나 안드로이드 OS가 2.3버전인 진저브래드로 업그레이드되면서 대부분의 기능이 안정화 상태에 도달하면서 안드로이드폰에서 OS 기반의 차별화를 만들어내기 힘들어졌다.
마창민 LG전자 0MC마케팅전략팀 상무는 “OS는 이미 평준화됐기 때문에 대부분의 스마트폰에서 기본 기능은 대동소이하다”며 “올해부터 하이엔드급 스마트폰의 승부는 진정한 하드웨어 ‘성능’으로 시장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번 전시회에서 ‘듀얼코어 CPU’ 제품을 내세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DNA를 갖춰야 살아남는다=성능 대결로 전환되는 것은 앞으로 스마트폰의 전반적인 흐름이 피처폰 시대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피처폰 경쟁이 심화될 때 카메라 성능 대결을 넘어서 얇기 경쟁, 디자인 차별화 등으로 이어졌다. 이미 지난 CES에서부터 스마트폰의 두께 경쟁이 시작됐다. 조만간 제조사별로 특화 기능과 디자인 등을 강조한 ‘감성’ 시대로 전환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휴대폰 전문 애널리스트는 “올해 중반 이후는 제조사별로 고유의 ‘DNA’를 만들어내는데 집중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이번 전시회에 갤럭시SⅡ를 내놓으면서 ‘갤럭시 DNA’를 이어가겠다고 밝힌 점에 주목해야한다”고 설명했다.
LG전자도 이번 전시회에서 ‘옵티머스’를 중심으로 자사만의 DNA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소니에릭슨도 이번에 내놓은 ‘엑스페리아 플레이’를 알리기보다 이제부터 소니의 기술이 본격적으로 접목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같은 이유다.
‘DNA’를 내세우는 이유에 대한 해답은 바로 물량(매스) 확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공통적으로 스마트폰 라인업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피처폰 시장에서 다양한 라인업으로 글로벌 2, 3위를 차지한 양사는 스마트폰 시장이 이제 다양한 계층을 공략하는 ‘확산의 시기’로 판단한 것이다. 기존 피처폰을 스마트폰이 대체한다는 뜻이다. 대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자사 특성(DNA)을 유지한 여러 가격대의 제품이 대량으로 필요하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이 150달러 이하의 저가 스마트폰을 내놓겠다는 것도 이를 위한 포석이다.
중저가 스마트폰의 소구력은 성능보다 ‘브랜드’가 좌우한다. 여기서 브랜드는 결국 DNA다. 프리미엄폰에서 앞선 성능을 자랑한 제품의 DNA를 그대로 옮겨놓은 중저가 제품은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 제품의 성능을 갖추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피처폰 시대와 다른 점은 이 DNA에 제조사가 직접 개발하거나 확보한 콘텐츠나 서비스 등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를 대응하지 못하는 제조사들은 급격히 시장에서 소멸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진검승부는 이제부터 시작된 것이다.
바르셀로나(스페인)=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