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996년 세계 최초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2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상용화했다. 이후 CDMA 2000, EVDO기술을 거쳐 2000년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 방식의 3세대 이동통신기술도 상용화했다. WCDMA 기술에 적용된 HSPA가 14.4Mbps의 데이터속도를 실현해 3.5세대로 명명됐다. 이후 다음 세대를 지향하는 롱텀에벌루션(LTE) 기술 개발로 100Mbps의 데이터통신이 가능해져 3.9세대로 실용화되면서 트래픽 폭증에 대비해 국내 이동통신 3사는 물론이고 버라이즌, AT&T, 보다폰, 텔레포니카, NTT도코모 등 70여국의 사업자가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 1월 25일 ETRI는 4세대(4G) 이동통신 연구개발 성과를 발표하고 시연회를 가졌다. 또 다음날에는 정부 각 관련부처 합동으로 2015년 모바일 최강국 실현을 위한 차세대(4G) 모바일 주도권 확보전략을 발표했다.
ETRI가 개발한 4G이동통신통합시스템은 초기에 개발한 LTE를 고속화해 LTE-A(어드밴스트)로 시제품이 완료됐으며 5년간 650억원의 연구비와 470명의 연구인력이 투입됐다. 3G보다 40배 빠른 속도 실현이 가능하며 이는 CD 한 장의 영화를 9.3초에 내려받을 수 있는 속도다.
4G 이동통신은 국제표준화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지만 현재까지 진척된 내용은 고속이동 시(시속 350㎞)에도 600Mbps 이상의 초고속 무선전송을 요구하며 1㎐ 대역당 15bps 이상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야 한다. ETRI는 이 조건을 만족하는 세계 최고 수준을 실현한 것이다.
ETRI는 연구개발 과정에서 24건의 표준특허와 500여건의 IPR, 200여건의 보고서를 제출해 오는 4월에 개최될 4G표준회의(ITU-R WP5D위원회)에 대비하고 있다.
이제 모바일 산업은 다른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2016년 모바일 산업의 분야별 매출액 전망을 보면 무선망시스템이 500억달러, 단말기 및 SW가 3000억달러, 모바일 서비스 분야가 1조달러로 1:6:20의 비율이다. 이를 토대로 모바일 강국 실현의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방통위는 이 같은 시장 부흥에 맞춰 차세대 모바일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선순환적 생태계 조성’ 과제를 수립해 광대역무선네트워크 구축, 다양한 모바일서비스 창출, 개방형 생태계 조성의 실천과제를 발표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2·3세대 이동통신시스템을 자체 개발하면서 통신망 기술의 자립·국산화뿐만 아니라 단말 개발 및 검증의 수월성을 확보해 발 빠르게 시장에 진입한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4G 무선망 시스템의 상용화 사업은 현재 시제품 상태이므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ETRI를 중심으로 산학연 공동연구 체제가 강화돼야 한다. 무선접속기술(변/복조·코딩·오류정정 등)은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이 출현하면 이전 기술은 사장돼 Gbps 속도를 목표로 꾸준한 기술혁신과 칩화를 추진해야 하며 현재의 여건으로는 연구비의 대폭 증액이 필요하다.
둘째, 단말 및 SW 분야는 베이스밴드 모뎀칩, RF모듈 등의 국산화 계획이 수립됐으나 칩화가 단번에 완료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퀄컴이 그동안 모뎀칩을 수없이 반복 업그레이드한 버전을 실현하며 현재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벤치마킹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셋째, 무선서비스 분야는 시장도 크고 내용도 다양한 SW로 우리나라가 가장 취약한 체질을 가져 구체적 실천방안 마련이 쉽지 않다. 다양한 콘텐츠의 기술 개발, 교육개혁, 인력 양성, 투자환경 개선 등 SW의 본질을 이해하는 전문가 집단에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박항구 소암시스텔 회장 hgb@soamsy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