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은 인터넷으로 가능한(Enabled) 사업과 가능하게 하는(Enabling) 사업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수많은 벤처 기업이 창업하고 여기에 젊고 유능한 인재가 풍운의 꿈을 갖고 도전하던 시기였다. 이 상황은 벤처 거품이 순식간에 꺼지면서 자기 보정과 경험 축적을 통한 선순환 구조를 미처 만들지 못한 채 끝났다. 소수 승자만이 살아남았고, 수많은 개인 투자자는 막대한 손실로 투자 여력을 상실했다. 우수한 인재는 벤처기업을 회피하는 풍조가 형성되면서 우리 인터넷 생태계는 성장의 동력을 잃어버렸다.
어찌 되었건 수만 개의 벤처기업이 무너지고, 살아남은 소수 기업이 대한민국 인터넷 시장을 지배하면서 안주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 사이 후발주자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무장한 구글, 애플, 페이스북, 트위터 등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가 글로벌 서비스에 성공하고 세상을 호령하게 됐다.
대기업화된 거대 포털과 몇 개 게임업체가 매년 막대한 이익을 내고 수천 명을 상회하는 우수인력을 보유하면서도 세계화의 성공은커녕 실질적인 도전 자체도 쉽지 않은 원인은 무엇일까?
첫째, 중앙집권형(Centralized) 개념의 포털이다. 당시에는 플랫폼 중심이 아닌 콘텐츠 중심의 서비스와 이를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기능 중심의 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주력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투자를 필요로 했고 결국 자본 확충 싸움으로 진화해 콘텐츠와 자본을 확보한 소수 기업만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기형적인 생존법칙이 형성됐다. 둘째, 개방과 협업을 통한 상생의 인터넷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했다. ‘승자가 모든 걸 갖는다(Winner takes all)’는 관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서비스가 아닌 싹쓸이 식 콘텐츠를 확보해 막대한 서비스 유지비용이 발생했고 글로벌 서비스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셋째, ‘부익부 빈익빈’이라 말할 수 있는 투자환경의 급속한 위축은 새로운 도전 자체를 어렵게 만들었다. 벤처라는 특성에 맞는 기술 중심의 서비스, 플랫폼 중심의 서비스 또는 4~5년 뒤 미래를 기약하는 서비스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는 극도로 위축된 반면, 당장 또는 이미 수익을 내고 있는 기업에 단기 투자만이 이뤄지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새로운 서비스에 도전할 수 있는 토양이 조성되지 않았다. 넷째, 앞으로 서비스는 단일 서비스가 아닌 다양한 개념이 융합된 서비스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풍부한 경험과 다방면의 지식, 그것을 아우르면서도 새로운 서비스를 창조할 수 있는 뛰어난 CEO 등이 필수적이다. 벤처기업을 창업하려는 사람의 실력 부족과 인재군 부족, 새로운 창의적 도전정신의 결핍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대한민국의 왜곡된 생태계라는 특수 상황에서 성공한 싸이월드와 NHN 같은 서비스가 해외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것을 교훈으로 삼고, 그 동안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지 못한 우리나라 인터넷 서비스를 반성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심기일전해 세계화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소프트웨어 중심의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우리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그럼 플랫폼 중심의 글로벌 서비스로 성공하기 위한 소프트웨어의 핵심적 요소는 무엇을 담고 있어야 하는가? 먼저 ‘보다 유용해야(More useful)’ 한다. 소프트웨어는 개인 및 기업의 시간과 비용 절감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기여해야 한다. SNS가 추세지만 그것만이 개인의 시간과 비용을 절감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SNS 이외의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해야 한다. 두번째로 ‘돈(More money)’이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참여자의 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구조가 서비스 상에서 설계돼야 한다. 콘텐츠 생산자와 플랫폼 서비스가 상생하는 새로운 수익 배분의 질서가 마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재미(More fun)’다. 당연히 더 재미있어야 한다. 사용자에게 재미를 줄 수 없다면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울 뿐더러 불특정 수억 명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로는 성공을 거두기가 어렵다.
이 세 가지의 핵심 경쟁요소를 충실히 갖춘 플랫폼 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느냐에 따라 글로벌 서비스 성패는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전제완 유아짱 대표(ceo@uajj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