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몽의 트위터 이야기] 양날의 칼, 프라이버시 침해와 보호

 며칠 전 장을 보러 대형 마트에 갔다. 한쪽에서 아주머니 두 명이 큰 소리로 싸움을 벌였다. 몇 마디 고성이 오가는가 싶더니 갑자기 한 쪽에서 대화 내용과 상관없이 “당신 몇 살이야? 나 50이 넘은 사람이야!”라고 외친다. 순간 분위기 냉각. 필자의 머릿 속에는 순간적으로 ‘아! 젊어 보이시는군요!’라는 느낌과 함께 ‘근데 왜 여기서 나이 얘기가 나오지?’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나이를 일종의 권력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다. 나이가 많으면 무조건 상대의 존경을 받아야 하고 나이 어린 사람들 위에 군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잦다. 싸움이 벌어지면 한바탕 ‘나이 재기’가 종종 벌어진다.

 나이에는 그에 맞는 경험과 지혜가 따라야 한다. 만약 나이만 많이 먹고 필요한 덕목을 쌓지 못했다면 ‘존경’을 기대하지 말고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아주 친해지기 전에는 상대의 나이를 잘 묻지 않는 편이다. 많든 적든 내가 상대에 실망하거나 상대가 나에게 실망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나이 얘기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상대 나이를 물어보는데 주저함이 없다. 일종의 사생활 침해라는 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 말이다. 이런 성향은 트위터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곤 한다. 다짜고짜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트위터가 실명성이 강한 편이어서 실제 삶에서의 습관이 자주 나오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럴 때마다 필자는 크게 당황한다. 실제 생활에서도 당황스런 일이겠지만 트위터는 마치 ‘마이크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 도구이기 때문이다.

 트위터를 얼핏 보면 아는 사람들끼리 조용히 속삭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사람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도심 거리에서 소리 높여 외치는 모습과 비슷하다. 트위터에 올린 모든 내용은, 심지어 ‘멘션`이라는 1대1 대화의 형태로 한 말 조차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가 되기 때문이다.

 말한 사람의 트위터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올린 모든 글을 볼 수 있다. 또한 대화하고 있는 두 사람을 모두 팔로우하고 있는 사람의 타임라인에는 두 사람의 대화가 실시간으로 올라간다. 이런 상황이니 사적인 내용을 트위터로 물어보고 답변을 기대하는 행위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트위터 타임라인을 보면 너무도 사적인 내용을 용감하고 당당하게 얘기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난다. 흔히들 SNS의 개인 신상정보 노출이 문제라고들 하는데 사실 대부분의 경우는 부주의해서, 혹은 그 매커니즘을 몰라서 문제가 일어난다. 개인정보 유출이 겁나서 트위터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이의 권력’에서 시작된 얘기가 엉뚱하게도 SNS의 프라이버시 보호로 흘러왔다. 하지만 나이값을 못하는 일부 어른들이 세상에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이는 형국이나 자기 개인정보가 세상에 흘러나가는 줄 모르고 트위터에서 용감하게 떠들어대는 모습이나 한심하기는 마찬가지이니 영 관계없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