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코엑스아티움에서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를 공연 중인 PMC프로덕션에 최근 입이 떡 벌어지는 일이 생겼다. 티켓 1만1032장이 단 3일 만에 팔려나간 것. 금액으로는 무려 4억1921만원어치다. 겨울철 공연으로는 매우 드문 일이다. 비결은 소셜커머스였다.
티켓몬스터를 통해 9만원인 R석을 3만8000원에 60% 할인해서 내놓았더니 불과 3일 만에 다 판매됐다.
이뿐이 아니다. 뮤지컬 `라디오스타`(4705장), `카페인`(4269장)과 연극 `오월엔 결혼할 거야`(2399장) 등도 이런 방식으로 짧은 시간에 1000장이 넘는 티켓을 판매했다.
온라인을 통한 공동구매 방식인 `소셜커머스 바람`이 공연계에서도 번지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티켓몬스터, 쿠팡, 위메이크프라이스 등의 소셜커머스를 통해 판매되기 시작한 공연티켓이 이제는 거의 매일 이들 사이트에 등장하고 있다. 설앤컴퍼니, 오디뮤지컬컴퍼니 등 대형뮤지컬 기획사는 물론이고, 대학로 소극장 공연들마저 우후죽순 달려들고 있다. 소셜커머스가 `짧은 기간의 효과적인 티켓 판매`로 공연계의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공연계가 이처럼 소셜커머스에 매달리는 이유는 매년 1월부터 신학기까지 이어지는 `공연 비수기`를 타개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공연계의 주 관객층은 20~30대 여성들. 하지만 소셜커머스를 활용하는 구매층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구매정보를 접하는 남성들도 많아 공연의 사각지대를 침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하루에 한 제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소셜커머스 특성상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고 `박리다매`지만 비수기에 수천 장의 티켓을 한 번에 팔 수 있는 기회는 기획사 입장에서도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라고 말했다.
소셜커머스를 통해 판매되는 좌석은 대개 관객들이 선호하는 VIP석을 제외한 나머지 좌석들이라 돈을 벌며 빈 자리를 채우는 성격도 크다. 기존의 마케팅 방식과 비교해도 소셜커머스의 `반값 티켓`은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하지만 할인율이 60%를 넘나들다 보니 대학로 연극의 경우 공연티켓이 영화티켓보다 저렴해지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17일까지 66% 할인판매를 한 뮤지컬 `아유크레이지`의 경우 8500원까지 가격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우후죽순 할인경쟁에 나서는 것은 불황에 허덕이는 공연계에 독이 될 가능성도 크다. `웃음의 대학`을 티켓몬스터를 통해 판매했던 연극열전의 최여정 홍보마케팅실장은 "소셜커머스로 한 번 판매를 한 뒤엔 할인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이후 두 달가량 티켓 판매가 뚝 떨어졌다"면서 "장기 공연이나 오픈런(상시 공연)작품은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싼 가격에 충동구매하는 경우가 소셜커머스 구매자들의 다수를 차지한다면 공연 관람층의 확대도 힘들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값싼 공연이 우후죽순 늘어나면 오히려 공연의 질과 티켓 가격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면서 "소셜커머스는 중장기적으로는 공연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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