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님 좀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
지난 18일 오후 방송통신위원회 14층 대회의실. 방송수신료 인상안을 심의한 전체회의에서는 야당(민주당)측 양문석 상임위원이 중심에선 핑퐁 논쟁이 상당시간 지속됐다.
더욱이 회의 초반 조목조목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던 양 위원은 최시중 위원장이 안건을 표결에 붙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자 목소리 톤이 한층 높아졌다.
이날 안건인 방송수신료 인상안은 상임위원들이 논의한 날짜만도 70일을 넘어설 만큼 민감했다.
여당측 상임위원들의 주장은 먼저 수신료 인상검토안을 의결한 뒤 KBS에 자구 노력을 촉구하자는 것이고, 야당측 위원들은 그 순서가 뒤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양측의 팽팽한 설전이 오가자, 최 위원장은 ‘전원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우니 표결로 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야당측의 이경자 부위원장은 “(선보완 후의결로 합의가 된다면 따르겠지만) 표결에 들어간다면 나는 반대다”는 입장을 남기고 다음 일정인 동계올림픽 관련 행사 참석을 위해 자리를 먼저 떴다.
이후 사실상 상임위 회의는 여당측과 야당측 3대1 구도로 진행됐으며, 양 위원의 발언 횟수는 늘어갔다. 양 위원은 “기본적으로 (모든 상임위원이) 수신료 인상 근거가 충분치 않다고 했는데, 그러면 다시 세밀하게 다시 짜는 것이 맞지 잘못된 회계장부를 놓고 ‘63%는 맞고 47%는 틀렸는데 47%는 50% 미만이므로 인정한다’는 말이 타당하냐”며 의결의 부당성을 설명했다.
양 위원은 “위원회는 합의제 기구인데, 매번 주요 사안마다 논리적 진행이 아닌 (여당 의원이 한 명 많은 구조에서) 표결로 끝내자고 하면 오랜시간 토론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이번 사안 만큼은 다들 문제점을 인정하는 것 같아 (표결로는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는데”라는 말을 남기고 퇴장했다.
결국 양 위원이 퇴장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수신료 인상안 검토 의견서 제출 안건’에 대한 방통위 전체회의는 여당측 위원 3인 찬성과 야당 위원 1인의 반대로 파행 의결됐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