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한국정책방송(KTV) 채널 황금시간대에 ‘국산 애니메이션’이 정규 편성된다. 이는 지상파 방송에서만 실시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방송 총량제’가 케이블 등으로 확대·적용되는 초석이 되는 것으로써 업계는 정 장관의 신속한 결단에 대해 환영하고 있다. KTV 역시 평균 시청률이 0.1% 안팎으로 애니메이션을 의무 송출하게 될 경우 시청률이 올라가는 윈윈(win-win) 효과를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병국 문화부 장관은 지난 ‘2011 콘텐츠정책 대국민 업무보고’에서 “KTV에 국산 애니메이션을 상영할 수 있는 방송시간을 확보, 황금시간대를 할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우 동우애니메이션 대표가 “어렵게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도 보여 줄 채널이 없다”며 “국산 애니메이션의 활발한 유통을 보장해 달라”고 주문한 것에 대한 답변이다.
이후 일은 급속도로 진전됐다. 정 장관이 발언을 한 당일, KTV 측에서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에 미팅을 요청했고 그 다음날 구체적인 논의가 오고 갔다.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는 현재 회원사에 공문을 보내 ‘송출을 희망하는’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종적인 시간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3월부터 애니메이션을 황금시간대에 송출할 것이라는 큰 그림에는 합의했다.
이는 정병국 문화부 장관이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연결한 첫 행보로, ‘현장과 소통을 중시하는’ 정책 기조가 발현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 장관이 학계 및 업계 전문가 의견을 신속하게 정책으로 연결시킬 수 있어 산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종일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장은 “지상파에서 국산 애니메이션을 의무 송출하고 있지만 이른 오후나 새벽 시간대에 한정되어 있는 등 애니메이션이 설 자리가 없었다”라며 “이 같은 정부의 방침은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 진흥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산 애니메이션 총량제는 지상파 방송을 대상으로 연간 방송시간의 1% 이상을 새로 제작한 국산 애니메이션으로 편성하도록 하는 제도다. 케이블TV, 위성방송, IPTV 등 모든 방송사업자로 확대하는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