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가구 2013년부터 TV 먹통?

정부의 디지털TV 전환 예산이 모자라 저소득층, 차상위계층(잠재 빈곤층), 장애인 등 취약계층 10만가구가 2013년부터 지상파TV를 보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내년 말이면 아날로그TV 방송이 송출되지 않고 모두 디지털로 바뀌기 때문에 디지털TV 수상기나 컨버터를 갖추지 못한 가정은 아예 `방송 사각지대`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취약계층에 디지털TV나 기존 아날로그TV에 설치해 디지털TV 방송을 수신할 수 있게 해주는 컨버터를 지원해줄 예산이 필요한 금액의 10분의 1 정도만 확보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특히 취약계층의 경우 일반가구에 비해 문화생활에서 TV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도서산간에서 지상파TV를 볼 수 없을 경우 폭설 등 긴급 상황에 대비하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일각에서는 미국이나 영국처럼 디지털TV 전환 일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TV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저소득층, 도서산간 노년층 등 31만 취약계층 가구 중 디지털TV나 컨버터를 확보하고 있는 가구가 전혀 없는 상황이다. 스스로 바꿀 여력이 없고 정부 지원만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취약계층 가구별로 디지털TV 구입비나 컨버터 설치비를 1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 확보가 원활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올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예산 당국에 취약계층 전환 예산으로 300억원을 요구했지만 실제 반영된 것은 103억원에 불과하다.

내년에는 적어도 1800억원이 확보돼야 모든 가구에 지원할 수 있지만 4대강 등에 대규모 예산이 예정돼 있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악의 경우 10만가구 정도는 2013년 이후 TV 수신을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오는 7월 24일 아날로그 방송 신호 송출을 중단할 예정인 일본의 경우 2008년부터 올해까지 총 600억엔(8072억원)의 예산을 취약계층 지원에 투입했다.

또 디지털방송 전환 지원센터를 1000여 곳에 마련해 지역별로 원활한 지원을 펼쳤다.

일본과 한국의 인구 및 면적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엄청난 격차다.

영국 역시 6억파운드(1조891억원)를 취약계층 지원 예산으로 잡아놨다.

한국 전체 가정의 디지털TV 전환율 역시 64%에 머물고 있다. 한국과 종료 일정이 2012년 말로 같은 영국의 전환율이 88%인 것과 비교된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저소득층에 대한 디지털 전환 지원 예산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다면 내년 말 아날로그TV 방송 종료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 황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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