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가계통신비

매년 되풀이 돼 온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은 올해도 어김이 없다. 특히 소비자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압박 강도도 한층 거세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가계통신비. 그 구조를 들여다보면 앞으로도 상당기간 물가대책의 ‘단골손님’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실제로 통화기능 이상으로 PC 기능이 강조된 스마트폰이 가계통신비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통계청 조사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당연한 것이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그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일반폰 사용자에 비해 높은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고, 단말기 단가 또한 PC에 버금가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계통신비의 기준부터 재정립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소비자들은 통신사업자에게 매달 지불하는 비용을 가계통신비로 인식한다. 통신요금 고지서에 휴대폰 제조업체 몫의 단말기 할부금도 찍힌다는 사실은 쉽게 잊는다. PC 구입비용은 가계통신비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휴대 PC 역할도 하는 스마트폰 구매비용은 가계통신비인 셈이다.

 또 하나는 문화비·교통비, 심지어 교육비까지 가계통신비에 포함되는 ‘통신+(플러스) 서비스’ 구조에 따른 착시로, 통신+서비스는 어디까지가 기존 통신비 항목이고 어디부터가 기존과 다른 서비스, 즉 대체제 항목인지 골라내기 어려운 교집합을 형성하고 있다.

 이미 가계통신비에는 IT 품위유지비까지 포함돼 있고, 그 범위는 점점 더 확대될 것이다. 또 스마트폰 사용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는 것도 통신비가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배경이다.

 기존 존재하지 않던 서비스와 시장을 창출해 통신 수요를 높여야 하는 통신사업자로서는 이같은 착시를 강조하기도 어려운 딜레마를 안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이 발 빠르게 도입한 청소년 스마트폰 요금제가 대표적이다. SKT는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요구에 부응한다는 명분으로 내 놓은 것이지만, 일반폰을 쓰던 청소년들을 스마트폰 고객으로 끌어 들일 수 있는 마케팅 수단이 되면서 물가당국 ‘셈법’에 따른 수치상의 가계통신비 부담은 오히려 확대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심규호 정보통신담당 차장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