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샤프에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LCD 양산 기술인 10세대 라인을 현지에 짓도록 요구하고 나섰다. 샤프가 당초 제안했던 8세대 LCD 라인은 허용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샤프가 대면적 LCD 패널 공장을 중국 시장에 진출시키려 했던 계획이 사실상 좌절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가장 먼저 중국 정부로부터 7·8세대 공장 설립 승인을 얻어낸 한국의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는 중원 시장에서 한층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샤프가 최첨단 LCD 패널 라인을 난징 지역에 건설하지 않는 한 투자 승인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최첨단 LCD 패널 라인이란 현재 양산 중인 세계 최대 면적의 10세대(투입 원판 2880×3130㎜) 공장이다. 샤프가 지난 2009년부터 세계 처음 일본 사카이 현에 가동한 공장과 동일한 기술 수준이다. 10세대 라인에서는 60인치 TV용 LCD 패널 8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당초 샤프는 중국 난징 지역에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와 유사한 8세대 LCD 라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했었다.
중국 정부가 당초 투자 계획을 거절함에 따라 샤프에는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10세대 LCD 라인을 해외로 진출시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세계 최첨단 LCD 공정 기술을 해외로 유출시킬 경우 일본 국가 차원에서도 기술 안보 우려가 있다. 일본 내 제조업 공동화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10세대 라인을 중국에 짓게 되면 사카이현 공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들어 샤프의 최대 고객사인 소니마저 당초 계획보다 주문량을 줄이면서 사카이현 10세대 LCD 라인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샤프 고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중국 공장 설립 조건을 놓고 아직 아무 것도 확정되지 않았다”면서 “중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일지를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샤프로선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LCD 종주국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최첨단 공정 기술을 선점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년 전부터 한국 LCD 패널 업체들에 시장의 패권을 넘겨줬다. 세계 최대 LCD 시장으로 떠오른 중원 땅을 놓칠 경우 영원한 하위권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샤프는 중대 기로에 놓이게 됐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