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출연연] <중>비전이 없다

[흔들리는 출연연] <중>비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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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비전이 없다.

 “불안한 상태가 지속돼 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안되는 것도 없는 그런 상황입니다. 과제수행도 좋지만 연구외적인 불안감으로 인해 사기와 연구 집중도가 저하되고 있습니다.”

 대전의 한 출연연 연구원이 밝힌 심정이다. 주어진 일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진행은 하지만 분위기는 바닥이라는 설명이다.

 출연연에 투입되는 연간 R&D예산은 대략 3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정부정책에 휘둘리며 사기가 떨어진데다 양 위주의 성과평가에 출연연의 연구자들은 기초연구를 비롯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더 이상 하기 힘들다는 게 현장의 분위기다. 실제 정부 연구개발 예산 중 기초연구의 비중은 24%, 출연연의 기초연구 비중은 21%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 44.2%, 영국 45.3%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에 우수한 인재들마저 출연연을 외면하고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양적 성장 불구 질적 성과 빈약=연구가 주된 활동인 출연연을 단적으로 평가하긴 힘들다. 하지만 연구를 토대로 만들어지는 논문과 특허로 출연연의 성과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출연연의 연구 성과는 양적 측면에서는 지속적으로 향상되는 모습이다. 논문의 경우 기초기술연구회 기준 지난 99년 1210건에서 08년 4218건으로 무려 247%가 향상됐다. 이 중 SCI급은 2003년 1701건에서 2007년 2443 건으로 늘어났다. 특허 역시 06년 1198건, 2007년 1133건에서 08년 1721건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는 양적 연구 성과일 뿐이다. 지난 03~07년 기초기술연구회 논문의 평균 피인용도는 2.98건으로 일본 리켄(RIKEN)의 10.52건, 독일 막스플랑크연구회의 12.42건과 큰 격차를 보인다.

 세계 3대 과학학술지(Nature, Science, Cell)에 게재된 논문은 07년 12건, 08년 6건으로 전체논문의 0.57%, 0.15% 수준에 불과하다. 1인당 논문발표 건수는 1.36건으로 경쟁국 연구기관과 비교해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출연연 연구자는 “년 단위로 성과를 평가하는 구조에서 장기간 연구에 몰입해 성과를 낼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아니다”며 “질적 수준이 낮은 것도 이 같은 이유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비전없는 인력구조=우수 두뇌가 집결해야 할 출연연이지만 정작 출연연은 우수인재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출연연 연구인력 증가율은 민간의 연구인력 증가율 보다 낮은 수준이다.

 중소기업보다 못한 연구원들의 직장 만족도가 이를 잘 보여준다.

 STEPI가 08년 기준 직장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출연연은 72.1%로 대학(88.7%), 국공립(78.1%), 중소기업(76.8%), 대기업 (73.8%)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같은 만족도는 결국 이직으로 이어진다. 기초기술연구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출연연 연구직 채용인력을 525명, 퇴직인력은 269명이며 퇴직인력 가운데 대학으로 이직하는 비율은 약 30%에 이른다.

 비정규직의 높은 비율도 만족도를 떨어트리는 요인이다. 기초기술연구회 산하 출연연의 비정규직 비율은 30.7%(이하 2010년 기준)다. 이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비율 13%를 크게 앞지르는 수준이다.

 출연연 관계자는 “비정규직 연구 인력의 정규직 전환 프로그램이 없다”며 “다수의 이공계 고급인력들이 고용불안 속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박희범·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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