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흔들리는 출연연, 언제까지 두고 볼 것인가

 정부 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가 추진해온 지배구조 개편이 2년째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중심을 못잡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우주개발 사업을 이끌어 온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이 임기를 남겨놓고 사표를 제출하는 충격파까지 전해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과학자를 존경하고 우대하는 사회적 풍토를 만들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의 출연연 상황은 깊은 수렁에 빠져 허우적 대는 모습이다. 출연연 통폐합설 등 잇따른 과기정책의 혼선으로 많은 과기인들이 불안한 속내를 감추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구의 질적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실제 기초기술연구회 논문의 평균 피인용도는 2.98건으로 일본 10.52건, 독일 12.41건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우수인재들도 하나 둘 떠나고 있다. 실패를 용서하지 않는 정치권도 문제다. 교과위는 일년내내 정치싸움 연속이다. 과학기술은 뒷전이 된지 오래다.

 출연연은 국가만이 감당할 수 있는 기초연구와 초대형 과학 프로젝트, 많은 자금과 위험요소를 안고 연구하는 곳이다. 민간이 하기 어려운 연구 주제를 도맡아 해야 한다. 당연히 실패가 많을 수밖에 없다. 연구 능력이 없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산·연합동 연구 수행도 빼놓을 수 없는 임무다. 특히 기업과 대학이 수행하지 못하는 원천, 대형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고유의 설립 목적이다.

 출연연들이 흔들리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낭비다.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마련해야 한다. 임시 처방이 아닌 본질적 처방을 해야만이 이같은 과학기술정책 공백상태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