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이 뇌 세포의 움직임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휴대폰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장이 뇌의 신진 대사에 촉매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22일(현지시각) 로이터는 ‘휴대폰 통화량 50분’이면 안테나로부터 가장 가까운 뇌의 일부 세포에 변화가 일어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전했다.
뇌 세포 변화가 건강을 위협할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신뢰도가 큰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연구결과여서 시선을 모았다.
이 연구는 ‘이동전화 신호에서 발생하는 전자기장(electromagnetic fields)에 사람의 뇌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조사하는 게 목표였다. NIH는 휴대폰과 뇌 암 간 연관성을 향후 연구과제로 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혀 이번 연구결과에 따른 논쟁의 확산을 경계했다.
연구 책임자인 노라 볼코우 박사는 “휴대폰 안테나에 가까운 곳의 포도당 신진 대사(뇌 활동 신호)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휴대폰에서 나오는 ‘약한’ 전자기 복사(발산)가 뇌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깜짝 놀랐으나 그게 암을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명백히 하지 못했다”며 “사람의 뇌가 휴대폰으로부터 방출되는 전자기 복사에 민감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는 1980년대 초·중반에 휴대폰이 등장한 이래로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 50억 명에 이른 가운데 ‘휴대폰에 노출되면 뇌 암의 위험도 늘어난다’는 몇몇 연구결과가 있으되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NIH 연구팀은 47명에게 50분 동안 휴대폰을 켠 상태와 끈 상황으로 나눠 뇌의 변화를 측정했다. 뇌 신진대사가 총체적으로 변하는 현상은 없었다. 하지만 휴대폰을 켰을 때 안테나에 가까운 뇌의 신진대사가 7% 가량 늘어나는 것을 발견했다.
미 워싱턴대의 헨리 라이, 스웨덴 오레브로대학병원의 르트 하델, 런던칼리지대의 패트릭 하가드 교수 등 관련 학계는 NIH 연구결과에 흥미를 보이며 “더 많은 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존 웰스 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CTIA) 대변인은 “(지금까지 나온 과학적 증거로는) 이동통신기기가 공공의 건강에 위험을 초래하거나 건강에 반하지 않는다는 게 압도적”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NIH 연구 책임자였던 노라 볼코우 박사는 휴대폰을 귀에 대고 통화하지 않고 이어폰에 연결해서 쓰기 시작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