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 호프만(호프만 에이전시 사장)
한 달 전 본 칼럼에서 해외 IT기업이 미국 진출에 실패하는 이유를 언급했다. 이번에는 실패 이유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A사는 극찬을 받으며 자국에서 제품을 성공적으로 출시한다. 모든 것이 순조롭고 큰 호응을 얻는다. 성공에 힘입어 A사는 더 큰 수익을 위해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언론과 소비자는 상품이 영 시원치 않다는 반응이다. 결국 갖가지 비난과 매출 부진으로 A사에게 남은 건 단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자숙의 시간뿐이다.
해외 기업의 미국 정착 실패는 자국에서 성공을 거둔 제품이 미국에서도 큰 호응을 얻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에서 시작한다. 글로벌 회사가 해외 시장을 겨냥해 자사 브랜드를 어떻게 구축하는지 살펴보면 거기에 답이 있다. 가령 맥도날드를 보자. 햄버거에 대량 생산 방식을 적용해 ‘패스트 푸드’라는 카테고리를 만든 장본인이자 전체 6조 7000억원 이상의 수익 중 65%가 해외에서 발생되는 맥도날드는 각국 시장의 독특한 취향과 문화 차이를 인정하고 이에 알맞게 나라별로 다양한 메뉴를 새로 개발해 선보인다.
미국에서 잘 팔리는 햄버거가 한국에서도 인기라고 단언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시장에 특화된 김치 버거, 불고기 버거 메뉴를 마련했다. 또 중요한 점은 모든 게 단순히 맥도날드 CEO 결정에 의한 게 아니라는 거다. 한국 시장 성공은 시장에 들어오기 전 다양한 메뉴를 현지 테스트한 후 가장 잘 팔릴 걸 엄선해 출시한 당연한 결과다.
문제의 핵심은 같다. 많은 해외 IT기업이 그들 제품을 어떻게 개선하고 어떻게 핵심 고객에게 이를 알릴 수 있는지 충분히 고민하지도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 또한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 진출할 때마다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나서야 깨닫는다. 물론 새로운 진출을 시도하는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자사 제품을 해외 현지 요구에 맞추기 위해 사전 테스트를 거치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과도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귀중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쉽게는 타깃 샘플 10명 또는 그 이상의 사람으로부터 제품 피드백을 받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만약 모바일 앱 또는 웹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면 주위 사람에게 베타 프로그램을 써보게 한 후 사용 후기를 얻는 것도 방법이다. 한 고객사 중 새로 개봉한 영화를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로 스트리밍하는 ‘제디바(Zediva)’라는 스타트업이 있다. 이 회사는 자사 베타 서비스를 경험하게 한 후 몇 가지 질문에 답하도록 ‘서베이 몽키(Survey Monkey· 미국 온라인 설문조사 서비스 사이트)’를 이용했다. 이를 통해 회사는 제품을 발표하기 전 개선점을 파악하고 이를 완벽히 해결한 후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러나 건설적인 피드백을 만들어내고 이를 수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간이 걸리고 다소 비용이 들더라도 피드백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 핵심은 현지 시장에 맞게 제품을 최적화해야 한다. 해당 시장의 요구에 들어맞는 제품만이 언론과 제품 리뷰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가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도 주지해야 한다. 뉴욕타임즈의 데이빗 포그(David Pogue)나 월스트리트저널의 월트 모스버그(Walt Mossberg)는 제품의 성공적 시장 진입을 좌지우지한다. 씨넷(CNET)과 같은 온라인 미디어도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요즘은 소비자가 직접 아마존 또는 베스트바이와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제품 후기를 올리고 소셜 미디어 같은 채널을 통해 입소문이 빠르게 퍼져 나간다. 오클라호마 주에 사는 한 평범한 사람이 거실에서 인터넷을 통해 올린 제품 후기가 주요 신문과 같이 소비자의 구매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시장 진출을 위해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늘었지만, 그 만큼 소비자의 반응을 빠르게 알 수 있기에 더 민첩하고 현명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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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