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대까지만 해도 노키아는 적어도 소비재 기업들에는 로망이었다. 언제나 1위를 지키기도 힘든데 그것도 30% 이상의 확고한 점유율을 유지하는 비결이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그런 노키아의 아성이 무너졌다. 지난해 영입된 MS 출신의 스티븐 엘롭 CEO는 얼마 전 사내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차가운 북해상에서 불타는 기름 플랫폼 위에 서 있다”면서 “살기 위해서는 얼음 바다에 뛰어드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고 절박함을 호소했다.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의 이건희 회장도 늘 입버릇처럼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며 위기감을 강조하곤 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듯 기업들에 10년이 갖는 변화의 의미란 클 수밖에 없다. 요즘처럼 자고 나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금 잘나간다고 하는 구글, 애플,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뜯어보자. 구글에는 ‘정보의 연금술사’라는 별칭이 어울리는 탁월한 속성이 있다. 공짜 밥상을 차려놓고 사용자들을 불러들인 다음 그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로 절묘하게 보유 정보를 활용한다. 애플은 ‘숨겨진 욕구 사냥꾼’이다. 소비자들이 직관적으로 제품에 반하게 만든 뒤 마니아 집단을 형성하게 하고 자신들이 만든 생태계에서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록인 전략을 취한다. 삼성은 ‘가장 발 빠른 추격자’다. 업계 최고의 스타를 재빨리 벤치마킹한 뒤 그 제품에 한두 가지 특장점을 얹어 순식간에 추월한다.
10년 뒤 산업 지도를 재편할 바이오 시장에서 이들 3개 회사는 어떤 모습일까. 구글은 아마 각종 전염병과 질병을 사전 예방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의 바이오 정보 서비스를 무료 제공할 것으로 점쳐진다.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에 생체 인식 칩을 내장해 사용자의 건강 이상 징후를 알려주는 서비스나 게놈 정보를 활용해 비슷한 질병을 가진 주변 사람을 찾아주는 매칭 서비스가 좋은 예가 될 법하다. 애플은 사용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추천한 뒤 편리하고 환상적인 체험을 통해 소비로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헬스케어 생태계를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음성, 지문, 표정 등을 자동 인식하는 스마트기기에 건강·의료 관련 각종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결합하는 방식이다. 특유의 전략처럼 모든 것을 애플이 구현하는 대신 다양한 개인과 기업들을 흡인해 애플 생태계를 강화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삼성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추진 중인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보안 업체인 에스원에 이르기까지 많은 계열사들이 역량을 결집해 종합 백화점식의 바이오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책은 오는 2020년까지 비즈니스 10년 전쟁이 시작됐다고 진단하고 향후 펼쳐질 기업들의 한판 승부를 미리 조망해본다. 우리나라 대표 미래학자로 꼽히는 저자가 주로 범죄에 활용되는 프로파일링 기법을 활용해 주요 기업들의 미래 행동 양상을 그려냈다.
“직감을 믿지 말라. 단순하고 직접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라. 미래 예측을 넘어 미래를 창조하라. CEO의 디테일을 믿어라.” 저자가 10년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되기 위해 갖추라는 조건이다.
최윤식, 정우석 지음. 알키 펴냄. 3만5000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