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I의 기간통신 사업권 획득 실패에 통신장비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침체된 시장에서 KMI의 투자가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 등 와이브로 관련 업체들의 상실감은 더 크다. 긍정적으로 예상했던 시장 전망도 최악의 조건으로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KMI의 사업권 획득 실패로 해당 장비 업계가 초비상 사태에 빠졌다. 향후 몇 년간 예상됐던 수 조원의 투자가 기대되는 시장이 사라져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KMI 측에서 재도전 의사를 밝히고는 있지만, 장비 업계에서는 두 번의 실패로 세 번째 도전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KMI의 수요를 예상, 영업을 진행해 온 다국적 장비회사의 CEO는 “많은 기대감 속에 심사 결과를 지켜봤는데, 실망감이 크다며 향후 사업 방향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며 “다음주께 KMI 측 인사들을 접촉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KMI를 상대로 물밑 영업을 해온 다른 업체들의 상황도 비슷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통신장비 업체들의 실망감은 더 크다. 특히 롱텀에볼루션(LTE) 시장에서도 소외되고 있는 중계기 업계의 실망감은 더 크다. 대기업 위주로 형성된 LTE 시장에서의 위기를 KMI가 와이브로 투자를 진행하면 상당부분 보완해 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또 전송망 구축에 국산화한 네트워크 장비 공급을 기대했던 업체들도 허탈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국내 공급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하려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미국에 출장을 가 있는 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체의 한 사장은 국제 전화로 수시로 심사 상황을 체크했으나, 최종 결과를 확인한 뒤 ‘큰일 났다’는 한마디만 남겼다.
데이터 모뎀, 통신 모듈 등 KMI 수혜를 기대했던 업체들도 올해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
KMI망을 통해 M2M 등 신규 사업을 준비하던 업체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야심차게 준비해온 신규 사업을 시도조차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내 중계기 업체의 한 임원은 “사업권 획득에 대해 반신반의하기는 했지만, 현실로 다가오니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대표이사와 함께 올해 사업 계획을 전반적으로 수정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