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가 상용화 한 달째 순항하며 국내 게임시장의 내성을 키우고 있다.
지난 1월 25일 상용화에 들어간 테라는 한 달 동안 데이터를 떨어뜨리지 않으며 시장에 안착했다. 최근에도 주말 기준 동시접속자 수 17만명 이상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이에 따라 테라는 국내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 시장이 아직 포화상태에 이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테라는 개발과정에서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의 ‘아이온’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다. 과거에는 신작이 구작의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이른바 ‘제로섬 게임’이 일반적이지만 테라와 아이온 둘 다 성공적인 게임운영을 이어가며 전체 시장을 키우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재성 엔씨소프트 상무는 “리니지·아이온 등의 동시접속자 수의 합은 테라 공개서비스 뒤 2~3일 동안 4%까지 줄었지만 5일째는 종전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됐다”며 “오히려 테라 공개서비스 당일 리니지·리니지2·아이온의 동시접속자 수를 합치면 5%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두 게임이 ‘제로섬 게임’을 벌이지 않은 이유는 서로 다른 게임성 때문이다. NHN(대표 김상헌)은 테라에서 ‘프리 타겟팅’을 전면에 내세워 기존 게임과 차별화를 꾀했다. 프리 타깃팅 MMORPG의 성공은 국내 게임사의 개발력을 확인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 현재 온라인게임 분야에서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 등과 격차를 벌이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다.
대작 게임의 제작 프로세스 정립도 테라의 성과로 꼽힌다. 테라의 제작비용은 약 400억원으로 알려졌다. NHN의 자금과 블루홀의 개발력이 만나 시너지를 냈다. 많은 물량이 투입된 테라가 성공을 거두며 국내 게임개발의 수준과 스케일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대작 MMORPG 분야는 테라를 계기로 엔씨소프트가 홀로 이끌어오던 시대를 지나 ‘쌍두마차’ 시대로 접어들었다.
막대한 자본과 수준 높은 개발력이 만나는 사례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XL게임즈(대표 송재경)가 개발 중인 ‘아키에이지’가 좋은 예다. 리니지 개발의 주역인 송재경 대표가 진두지휘하는 이 게임은 오는 4월 테스트 일정을 시작한다. 엔씨소프트 역시 ‘블레이드앤소울’로 무협 MMORPG 시장을 정조준한다. 한 때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가 평정했던 국내 MMORPG 시장을 국산 게임들이 계속 이끌어 나갈지 주목된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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