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K과장은 S부장으로부터 주말까지 임원 보고서를 작성해 메일로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평소 같으면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회사로 출근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집에 있는 자신의 PC로 바로 회사 업무시스템에 접속해 관련 보고서를 만든 후 S부장에게 발송할 수 있게 됐다.
#L대리는 당장 업무에 필요한 자료가 P과장에게 있다는 것을 확인했지만 휴가간 P과장과 연락이 되지 않아 속수무책으로 기다려야만 했다. 하지만 이젠 사내 전자문서관리시스템에 접속해 언제든 원하는 문서를 쉽게 찾아 볼 수 있게 됐다.
지난 2년간 KT가 업무 혁신 프로젝트로 개선한 성과의 일부다.
많은 기업이 이 같은 문제로 시간·비용적인 측면에서 낭비가 크다는 점을 알면서도 불가피한 것으로 치부하곤 한다. KT는 이처럼 비생산적인 업무 관행과 프로세스를 개선하기 위해 데스크톱가상화(VDI)와 문서혁신 작업으로 대대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KT의 업무혁신 활동에서 주목할 것은 △국내 최초로 VDI와 기업콘텐츠관리(ECM) 기반의 문서혁신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고 △이를 스마트워킹 환경과 결합해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했으며 △KT의 전략사업인 클라우드 컴퓨팅의 기반이 됐다는 점이다. 특히 KT가 최신 단말기인 아이패드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워킹 환경으로 계속 진화시켜 나가고 있다는 점도 관심거리다.
허철회 융합ICT사업담당 상무는 “2009년 KT와 KTF가 통합되면서 양사의 중복된 업무는 통합하고 전사 프로세스를 개선하고자 하는 요구가 있었다”며 “이와 함께 정부 차원에서 스마트워킹이 이슈화되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것에 초점을 두면서 전사 업무혁신 프로젝트로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VDI+문서혁신’의 합작품=지금까지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을 꾀한 기업은 많다. 모바일 오피스를 비롯해 문서 중앙화, 데스크톱 가상화, 유무선통합(FMC) 서비스, 통합커뮤니케이션(UC) 등 업무의 체질 개선을 위해, 또는 협업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기업이 선택한 방식도 각양각색이었다.
KT는 지금까지 등장한 이러한 혁신 시스템을 각 업무의 특성에 맞춰 퍼즐 맞추듯 짜임새 있게 일하는 방식의 전사 혁신을 추진하고자 했다. 우선 전사 차원의 모바일 오피스는 기본적으로 구축했고, 이어 서초 사옥에 VDI와 문서혁신 작업을 동시에 구현했다. 그리고 협업 툴을 보강하기 위해 영상회의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UC 부분도 함께 보완했다.
KT는 지난해 7월 서초 사옥에 근무하는 직원 1500명을 대상으로 VDI와 ECM시스템을 동시에 오픈했다. VDI 환경에서는 네트워크가 연결된 곳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업무 환경에 접속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ECM은 업무처리 과정에서 생성된 모든 자료를 중앙서버에 저장하도록 해 직원 간 문서공유와 협업 환경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은 이 두 가지를 별도 프로젝트로 추진하거나 ECM시스템을 먼저 도입한 후 VDI를 구축하는 경우가 많다.
허 상무는 “외부에서도 안정적으로 사내 업무를 똑같이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뒀다”며 “VDI만으로는 모든 것을 총족시키기 어려웠기 때문에 보안을 해결하고 협업을 더 강화하기 위해 ECM을 동시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KT가 VDI를 사무직 직원이 많은 서초사옥에 우선 적용한 것은 전사자원관리(ERP)·그룹웨어 등 업무 애플리케이션이 완벽하게 가상데스크톱 환경을 지원해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업관리 시스템 등 특화된 업무시스템은 VDI에서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단계별로 확대하는 전략을 세웠다. 국내에서 VDI를 도입한 기업의 대부분은 주로 영업부서나 콜센터 위주로 적용했다.
서초사옥 외 광화문과 분당사옥에 근무하는 직원에게는 이미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구축해 내부 포털시스템과 인사시스템, ECM 등을 중앙 서버에 접속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VDI는 단계별로 확대 적용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에 KT가 도입한 VDI는 시트릭스시스템의 데스크톱 가상화 솔루션이다.
◇기업문화·프로세스·IT, 삼박자의 노력=KT가 이번 일하는 방식의 혁신 과정에서 기울인 노력은 새로운 IT 기술의 도입이 전부가 아니었다. 가장 먼저 업무혁신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추진한 작업이 ‘일’에 대한 정의였다.
전통적으로 책상에 앉아 일을 해야 하는 책상머리형 업무와 상하향식 보고유형의 업무, 면대면으로 추진해야 하는 업무 등을 분류해 업무를 재정의하고 개선점을 찾았다. 또 제도와 프로세스도 바꿔 조직의 유연성 높이기 위한 노력에도 애썼다.
특히 고정화된 조직에 이동성을 부여하기 위해 팀제를 보다 세분화시켰다. 팀장뿐만 아니라 소팀장, 1인팀장 등도 도입해 업무별 책임을 강화했고, 기존 10단계의 직급체계를 5단계의 직책 중심으로 개편했다. 그리고 전 직원의 직무를 분석해 업무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대대적인 업무 제도 변화를 한꺼번에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허 상무는 “KT 직원은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을 이메일로 해왔다”며 “메일에 대한 답변을 3시간 내로 하지 않으면 관련 내용에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업무 변화에 크게 거부반응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전사 사무실의 공간 활용 고민도 많이 했다. 귄위보다는 실용성에 바탕을 둔 공간 활용을 위해 부문장을 모두 한 곳으로 집합시켰고, 본부장과 담당들이 사용하던 공간을 13여㎡(4평) 이하로 줄였다. 크기도 같게 했다. 이를 통해 여분의 공간은 직원 협업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허 상무는 “광화문 사옥의 경우 공간 효율화 정책으로 업무 공간 증가 없이 기존 850명의 업무 공간에 100명을 증원 수용했다”며 “회의실 등 협업 공간도 더 많아지고 별도의 스마트워킹 센터 공간도 확보하게 돼 직원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KT는 또 올해까지 전국 30여곳에 별도의 스마트워킹 센터 구축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전사 변화관리에 전력=KT는 지난 1월 3만5000명의 전 직원에게 아이패드를 지급했다. 기존 데스크톱 PC를 아이패드로 대체하는 것이 아닌 외부 업무용 데스크톱 PC를 추가로 더 제공한 것이다. 지난해 구축한 VDI와 ECM 시스템의 활용도를 더 높이고 철저하게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스마트워킹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차원이다.
노종호 KT 팀장은 “전 직원이 기존 PC로 해왔던 업무와 현장 업무까지도 아이패드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직원별 사용 정도에는 차이가 있지만 선도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일부 직원의 경우에는 진정한 ‘스마트워커’로서의 모습도 보여주고 있어 스마트워킹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변화관리 노력에도 혼신을 다하고 있다. 스마트워킹 같은 업무 혁신 프로젝트는 변화관리가 가장 핵심적인 성공요인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 상무는 “진정한 스마트워크 환경을 만들기 위해선 경영진뿐만 아니라 변화관리 담당조직, 변화관리 리더, IT 등 전사 차원의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며 “특히 경영층에서 적극 나서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T는 이러한 스마트워크 환경 구축 경험을 토대로 외부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컨설팅에서부터 각종 스마트워킹 솔루션과 보안 시스템은 물론이고 관리 서비스까지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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