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 온정이 만든 `기적`…“해와달 항해 계속돼요”

김정수(가명, 33세)씨가 자택에서 누운 채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플레이하고 있다. CJ와 대항해시대 온라인 이용자들은 3월까지 총 1800만원을 정수씨 가정에 전달할 예정이다.
김정수(가명, 33세)씨가 자택에서 누운 채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플레이하고 있다. CJ와 대항해시대 온라인 이용자들은 3월까지 총 1800만원을 정수씨 가정에 전달할 예정이다.

 “몸을 움직일 수 없지만 슬프지 않아요. 게임 속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김정수 씨(가명·33세)는 하루 종일 누워있다. 6~7살 무렵 자꾸 넘어져 다치는 일이 반복되더니 8살 땐 온몸에 힘이 빠지고 설 수조차 없었다. 근위영양증. 현대의학으로서는 치료가 불가능한, 근육이 점점 약해져 제 기능을 못하는 무서운 병이었다. 20년 넘도록 그에게 바깥세상은 누워서 보는 창 밖 하늘이 전부였다.

 5년 전 ‘대항해시대 온라인’이라는 게임을 시작하며 정수 씨의 생활은 조금씩 달라졌다. 그 안에서는 육체적 제한도 차별도 없었다. 기계가 없으면 호흡마저 불편했던 그가 게임 속에서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항해를 하며 때로는 해적들과 전투를 벌인다. 게임에서 알게 된 생면부지의 ‘한의사 형’은 정수 씨의 사정을 알고 꼬박꼬박 무료로 약을 보냈다. 덕분에 기관지에 끼는 가래가 많이 줄어 한결 숨쉬기가 편해졌다.

 그의 게임 아이디는 ‘해와 달’이다. 정수 씨가 해라면 달은 그의 어머니다. 정수 씨의 어머니는 오랫동안 그를 돌보다 최근 몸을 다쳤다. 수술을 하지 않으면 어머니의 몸도 마비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지만 1800만원에 달하는 거액의 치료비를 마련할 길이 없었다. 정수 씨의 유일한 보호자인 어머니마저 몸을 쓸 수 없다면, 그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불 보듯 뻔했다.

 정수 씨의 딱한 처지를 알린 이는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또 다른 대항해시대 온라인 이용자 박신구 씨였다. 중증 근위영양증 환자인 그는 손가락조차 쓸 수 없다. 그가 발가락으로 꾹꾹 눌러쓴 정수 씨 모자의 사연이 한 게임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자 대항해시대 온라인 이용자들이 ‘해와 달님’을 돕기 위해 나서기 시작했다.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서비스하는 CJ E&M은 월드비전과 손을 잡고 야후 나누리를 통해 지난해 10월부터 두 달 동안 900만여원을 모금했고, 사내모금으로 250만여원을 모았다. 대항해시대 이용자 1468명도 게임 안에서 특별히 판매된 아이템을 구매해 460만여원을 보탰다. 이중 1000만원이 정수 씨 모자에게 전달됐다. 정수 씨의 어머니는 현재 전문가의 진료 아래 치료를 받고 있다.

 CJ E&M 측은 3월 안에 1800만원을 정수 씨 가정에 전달할 예정이다. 그는 여전히 누워있겠지만 해와 달은 앞으로도 전 세계를 누비며 항해할 수 있다.

 “현실 세계에서는 친구를 전혀 만날 수 없지만, 온라인에서 만큼은 많은 이가 응원해주고 친구가 되어줘요. 저의 빛나는 항해는 계속 될겁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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