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는 통신비 과다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과거늬 ‘통신비=음성통화요금’ 등식이 스마트 통신 시대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즉 과거에 통신비는 이용요금에 불과했지만, 현재 음성통화료는 물론이고 데이터통신·e뱅킹, 음악·영화 등 콘텐츠 이용에서 발생하는 통신료 등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요금이 포함돼 있다는 주장이다.
통신으로 인한 혜택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는데, 요금에 대해 이전과 같은 형태로 보는 것은 맞지 않다는 시각이다. 특히 스마트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이 같은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실제 통화기능 이상으로 PC 기능이 강조된 스마트폰이 가계통신비 확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통계청 조사에서도 알 수 있다.
물론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그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피처폰 사용자에 비해 높은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고, 단말기 단가 또한 PC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당연히 가입자들은 통신사에 매달 지불하는 비용을 통신비로 인식한다. 휴대폰 제조업체 몫의 단말기 할부금이나 콘텐츠 구매에 이용하는 비용까지 통신요금 고지서에 부과되기 때문이다.
동영상을 시청하거나 콘텐츠, 애플리케이션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통신비에 포함된다. 이런 통신비가 이전의 통화요금과는 다른 형태의 문화·복지비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전과 받은 혜택은 몇 배로 늘어났지만, 통신비에 대한 기준은 이전과 같이 적용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는 통신사의 불만도 ‘볼멘소리’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이 같은 현상은 스마트폰 확산에 따라 이동통신요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터넷과 IPTV 등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요금이 한 달에 몇 만원이라고 주장하지만 수능·어학·각종 자격증 등 다양한 인터넷 강의를 통한 편의성에 대한 목소리는 거의 없다. 게임을 통해 다른 여가활동에 사용되던 비용 대체에 대한 얘기도 없다. IPTV를 통해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 소비의 편리성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물론 PC 인식비용이나 DVD, CD 구입비용을 통신 요금에 포함해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통계청 기준도 콘텐츠 구매비용이나 단말기 구매비용과 같은 비용은 통신비로 책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마저도 통신비 항목으로 이해한다. 문화비·교통비, 심지어 교육비까지 가계통신비에 포함되는 ‘통신+(플러스) 서비스’ 구조의 착시 현상이다. 이전과 달리 가계 통신비 증가가 피부로 더 크게 와 닿는 이유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여러 번 강조했듯이 이제 가계 통신비는 IT 품위유지비까지 포함하고 있고, 그 범위는 점점 더 확대될 것이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점은 초고속인터넷, IPTV, 스마트폰 등의 확산으로 인해 파생된 다양한 산업의 성장이다.
세계 최고의 위치에 올라선 인터넷 및 모바일게임은 물론이고 최근 1인 창조기업을 촉발한 애플리케이션,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은 앞선 국내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 같은 통신 인프라는 IT산업뿐 아니라 조선, 자동차 등 기존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까지 이끌고 있다. 물론 세계 최고의 휴대폰 제조국가로 성장한 것과 스마트TV 등에서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경쟁력도 앞선 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다.
물론 이 같은 다양한 혜택을 왜 일반 이용자가 다 지불해야 하는지의 문제는 다른 관점의 접근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통신요금이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취급되는 것은 그로 인한 다양한 혜택과 변화의 기반이 되고 있다는 점이 분명 간과되고 있다는 시각도 설득력이 있다.
‘전화(음성통화)에만 국한했던 통신비의 개념을 문화·복지비의 개념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한 통신사 사장의 목소리도 스마트 통신 시대에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