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에 개봉한 재난영화 ‘2012’로 태양활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된 적이 있다. 급격한 태양활동 영향으로 지구내부 온도를 급격히 상승시켜 인류가 대재앙을 맞게 된다는 줄거리다.
하지만 최근의 우주와 지구환경을 바라보면 단순히 영화 속 이야기로만 단정 지을 수 없게 만든다. 지난달 15일 태양흑점 폭발 현상으로 위성 및 단파통신 운용에 일부 지장을 초래한 바 있으나, 다행이 전력설비에는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연례회의에서 각 국의 우주기상전문가들은 “태양활동 극대기인 2013년 5월경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태양폭발로 정전사태, 통신 불능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며 지금부터라도 진지하게 피해방지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양흑점 폭발이 일어나면 태양폭풍에 의해 지구 자기권에 영향을 끼쳐 전파교란이나 인공위성 통신장애 등이 발생한다. 또한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이온층에 강한 전류가 흐르면서 전자유도를 유발하여 전력망에 과부하가 가해지면서 지금처럼 전력수요가 많이 증가한 상태에서는 광역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태양폭풍이 전력설비에 크고 작은 정전을 유발한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 특히 지난 1989년 3월 캐나다 퀘벡수력발전소 인근의 변압기가 태양폭풍의 원인으로 파손되면서 광역정전으로 파급돼 9시간 동안 전력공급이 중단돼 600여만명의 시민들이 추위에 떨어야 했다.
전기는 현대문명을 지탱해 주고 인류의 지속가능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또한 깨끗하고 편리함 때문에 향후 지속적인 소비증가도 예상된다. 지난해 여름 최대 전력수요를 경신한데 이어,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월 17일 12시에는 전력수요가 7314만㎾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하였다. 공급예비력도 비상수준인 400만㎾대까지 떨어졌다. 다행히 소비자들의 절전운동 동참과 적극적인 수요관리로 전력수급 대란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 전기는 공급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전국 각지에 전력망이 분포되어 있으므로 중앙에서 감시 및 제어를 해야 한다. 이때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이라는 전산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그 동안 해외제품을 수입해 사용했으나, 지난해 말 세계 5번째로 EMS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한 조건에서 대규모 전력설비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또한 기상정보를 실시간으로 취득해 전력수급에 즉시 반영함으로써 급변하는 지구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우주·지구환경에 의한 자연재해를 현존하는 과학기술로 정확하게 예측하는데 한계가 있다. 또한 막을 수도 없다. 따라서 피해가 최소화 되도록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최선이다. 보호설비를 최적화해 광역정전을 사전에 차단하고, 광역정전 신속복구 훈련도 더욱 강화돼야 한다. 또한 전력설비의 안전성 확보와 제어설비의 백업체계도 더욱 공고해져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소비자들이 전기를 아껴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소중한 전기,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려면 그만큼 세심한 관리와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전기소비가 필요하다.
이효상 전력거래소 정보기술처장 lsh707@kpx.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