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산업의 핵심 키워드중 하나가 ‘융합’이다. 산업 현장 곳곳에서 기술과 기술은 물론, 기술과 제품,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상품과 부가가치가 만들어지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융합시장은 지난 2008년 8조6000억달러에서 2013년에는 20조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조달러는 올해 우리나라 예산 309조원의 60배가 넘는 규모다. 말 그대로 ‘블루오션’ 그 자체다.
이처럼 하루가 머다하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쏟아지는 융합 분야에서는 무엇보다 빠른 대응을 통해 ‘선점 효과’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 선진국들이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융합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범 정부차원의 ‘융합기술전략’을 수립해 어젠다를 개발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일본도 각각 융합기술발전전략과 이노베이션창출종합전략을 통해 기술과제 도출 및 개발에 집중하는 분야가 융합산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최초로 산업융합에 대한 종합법안을 만들어 놓고도 국회에서 이를 통과시키지 못한 채 허송세월만 보내고 있다. 융합산업 육성에 뿌리가 되는 모법이 조기 확정되지 못하면서 시행령과 규칙은 물론이고 종합대책 마련에도 일정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업들역시 산업융합에 대한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구심점이 될 큰 방향이 구체화되지 못하면서 관련 시장 대응이 느슨해졌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법 규정 미비로 제품 출시 지연되고 있는 융합 신제품 40여건에 대해 조기 승인을 해주는 ‘패스트트랙 인증제’를 추진한다고 하니 그마나 다행이다. 그러나 기존 칸막이식 제도나 법이 융합 산업화를 더 이상 가로막지 않도록 산업융합을 촉진하는 근본적인 법제도 시행을 하루 빨리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