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엔터테인먼트 거장들의 물러설 수 없는 싸움

2일 (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DC 행사에서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사장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2일 (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GDC 행사에서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사장이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2일(현지시각) 오전, 미국 샌프란시스코 예바 부에나 아트센터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울렸다. 병가로 회사를 비운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이곳에서 열린 아이패드2 발표 행사에 깜짝 등장했기 때문이다. 잡스 CEO는 더 가볍고 빨라진 아이패드2를 선보였다. 아이패드2는 모바일 및 소셜과 결합해 새로운 즐거움을 제시하며 게임은 물론이고 전체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겨냥한 애플의 새 모바일 기기다. 참석자들의 환호에 잡스 CEO는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며 활짝 웃었다.

 같은 시각,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가 열리고 있는 길 건너편 모스코니센터에서는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사장이 1000여명의 게임 개발자들 앞에서 스마트폰 및 소셜 게임 확산을 우려하는 내용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었다.

 이와타 사장은 “플랫폼 사업자들은 게임들을 많이 끌어모아 이익을 내고자 할 뿐, 게임 자체의 가치에는 관심이 없다”며 애플을 직접 겨냥했다. 그는 저가의 스마트폰 게임이 범람하면서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투자하고,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게임 업계 구조가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마트폰 게임의 90% 이상이 무료고, 수만개씩 쏟아져 나오는 비슷비슷한 게임들 사이에서 좋은 게임들이 소비자의 눈길을 얻기가 더욱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게임 산업을 지속시킬 수 있는 수익을 창출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다.

 게임을 끝까지 잘 다듬어 내놓는 장인정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발언에선 ‘일단 출시하고 고객 반응에 따라 대응하는’ 소셜 및 스마트폰 게임 모델에 대한 반감이 담겼다. 게임보이와 닌텐도DS를 통해 세계 모바일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장악하다 순식간에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역전을 허용한 닌텐도의 초조함이 묻어난다는 평가다.

 애플에 대항하는 닌텐도의 무기로 이와타 사장은 게임 경험 그 자체를 꼽았다. 최근 새로 출시한 닌텐도3DS가 3D 기술과 와이파이 기능 개선 등을 통해 새로운 게임 콘텐츠와 게임 본연의 소셜 경험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했다.

 닌텐도3DS로 넷플릭스에 접속해 영화를 보고, 집에선 닌텐도 위를 통해 TV에서 이어보는 N스크린 서비스도 5월에 개시한다. 닌텐도3DS 사용자들을 위한 자체 영화 및 동영상 콘텐츠 서비스도 제공한다. 닌텐도3DS 플랫폼에서 게임을 중심으로 다른 엔터테인먼트를 제공, 게임을 포함한 각종 엔터테인먼트를 흡수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애플에 대항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샌프란시스코(미국)=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