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기와 서울을 오가는 좌석버스는 출퇴근 시간만 되면 전쟁이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는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착용해야 하지만 안전벨트는커녕 입석도 만석이다. 집은 경기도, 직장은 서울인 사람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2. 회사원 김씨는 서울 강남지역에서 주로 영업을 한다. 집이 분당인 그는 고객이 많은 강남으로 직접 출근하고 바로 퇴근하고 싶지만, 마포에 있는 회사에 매일 같이 들러야 한다. 회의 때문이다. 회의까지 마치고 두 시간 걸려 퇴근을 하면 집에 도착할 즈음에는 녹초가 되어 있다.
#3. 영등포가 본사며 충청도에 사무소가 있는 A사. 충청도에 근무하는 임원들은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 KTX를 타고 본사에 들른다. 사장에게 결제를 받기 위해서다. 어떨 때는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같이 충청도와 서울을 오갈 때도 있다.
이는 누구나 경험하고 있을, 최소한 주변에 이런 사람들은 한 명씩 있을 법한 너무나 흔한 사례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바로 ‘스마트워크’다. 스마트워크란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업무를 수행하는 유연한 근무방식이다. 쉽게 말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회사’와 ‘사무실’의 개념이 달라지는 것이다. 집에서 일하는 재택근무, 자택 인근의 원격사무실에서 일하는 스마트워크센터 근무,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사무실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일을 처리하는 것 또한 일종의 스마트워크라 할 수 있다.
인터넷을 포함한 ICT의 발전으로 재택근무나 현장근무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인프라는 충분히 갖춰졌지만 우리의 업무 방식은 아직도 구시대를 살고 있다.
◇스마트워크 사회적 효과는 얼마=앞서 강조한 것처럼 스마트워크는 그 자체 효과보다 스마트워킹시스템이 가져올 2차, 3차 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스마트워크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출퇴근시간 교통 정체를 해소한다. 일과 가정의 틈바구니에 끼여 괴로운 워킹맘 문제 해결도 기대해볼 만하다. 그로 인한 출산율 상승도 가능하다. 이러한 사회적 경제적 문제에 해결책이 될 거라는 점에서 스마트워크는 꼭 필요한 사회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숫자로 환산해 볼 수도 있다. 사무직 860만명이 스마트워크를 이용하면 연간 111만톤의 탄소배출량과 1조6000억원의 교통비용이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스마트워크가 활성화되면, 앞에 든 예가 어떻게 바뀔까. 재택근무를 활성화한다면 우선 장거리 출퇴근을 최소화할 수 있어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 낭비를 줄일 수 있다. 탄소배출량은 물론이고 석유 소비량도 줄어들 것이다. 안전 사고도 줄어든다. 직장인들이 출퇴근에 씨름하느라 소비할 에너지를 업무에 쏟을 수 있어 능률도 오를 수 있다. 사례 2도 마찬가지다. 간단한 회의는 영상회의로 진행하고 중요한 회의만 한곳에 모여 진행할 수도 있다. 사례 3에서는 온라인 결제시스템을 도입하고, 영상회의를 진행해 이 같은 소모를 줄일 수 있다.
◇스마트워크, 중소기업에 큰 기회=2014년까지 스마트워크 시장은 4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누적 일자리는 38만개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중소·중견기업 스마트워크 시장 규모는 1조54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발간한 ‘SMB(Small and Medium sized Business) 리노베이션, 스마트워킹과 통(通)하다’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오피스와 클라우드컴퓨팅·영상회의 등 SMB 스마트워크 연관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 17.5%로 오는 2014년까지 1조5400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 스마트워크 시장 4조8000억원의 32% 수준이다.
인력 운용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스마트워크를 통해 큰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지방에 연고를 둔 기업이 인재를 채용할 폭이 더 넓어진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이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스마트워크 필요성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중소기업들은 스마트워크가 문제해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스마트워크가 중소기업의 고민 해결에 도움이 될지에 대한 질문에는 ‘일과 생활의 균형(70.6%)’ ‘회사 운영비 감소(70.3%)’ ‘인력문제 해결(62.4%)’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이 높았다.
◇활성화 관건은=스마트워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지금 도입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많다.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다. ‘일단 얼굴을 봐야 한다’는 대면 중심의 조직문화가 팽배한 우리 사회에서 스마트워크는 그림의 떡일 수 있다. 이러한 조직에서는 재택근무나 현장근무를 했다가는 승진이 누락되고 급기야 구조조정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도입을 위한 초기 부담도 만만치 않다. 스마트워크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인프라가 전제돼야 한다. 영상회의나 모바일 오피스 등 시설이 갖춰져 있어야 효과는 높아질 수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설문조사에서도 스마트워크 도입 활성화를 위해 선결해야 할 사항에 대해 ‘국내 기업문화의 변화(35.9%)’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이어 ‘구축 성공사례 필요(16.7%)’ ‘정부의 정책(13.7%)’ 등도 주요 요소로 조사됐다.
◇정부, 업계 스마트워크로 한발짝 ‘올해는 스마트워크의 원년’=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스마트워크는 중요한 화두로 자리잡았다. 관련기업과 정부가 앞장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스마트워크 활성화 전략을 제시하고, 일하는 방식의 선진화를 꾀하며 저출산·고령화, 낮은 노동생산성 등 당면한 국가사회의 현안을 해결해나가기로 했다.
이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 서울 도봉구청과 경기도 성남시 KT 분당지사에 ‘스마트워크센터’를 열고 본격적으로 스마트워크를 도입하기로 했다. 스마트워크센터는 근로자의 자택 인근에 ICT 환경을 완비한 원격근무 사무실이다. 본사 사무실과 유사한 사무환경을 제공할 수 있고, 근태관리와 보안성 문제도 해결했다. 오는 2015년까지 정부 50개와 민간 450개 등 500개 스마트워크센터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공무원의 30%, 전체 노동인구의 30%가 스마트워킹을 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아파트단지마다 스마트워크센터를 설치하도록 하고 공무원의 근태관리, 인사제도, 조직체계도 스마트워크에 맞게 바꾼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또 사회 전반의 스마트워크 도입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민간과 공동으로 ‘스마트워크포럼’도 발족했다. 이 포럼은 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부를 비롯해 산학연의 폭넓은 민간인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스마트워크 포럼’은 스마트워크 중장기 발전과제에 대해 연구하고 의견을 수렴해 스마트워크 활성화정책 과제를 제안하는 역할을 맡았다. 또 스마트워크 관련 기술 표준을 마련하고, 국내 스마트워크 기술 및 제품의 해외 시장 진출도 지원할 예정이다.
민간에서도 스마트워크는 중요한 이슈다. KT는 지난해 전체 직원(약 3만명) 중 21%인 6500명을 대상으로 ‘스마트워크’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KT 직원 중 육아 여성과 연구개발(R&D) 분야 직원, 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스마트워크 희망자는 자택이나 스마트워킹센터, 사무실 등에서 자유롭게 근무 장소를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KT는 2012년까지 전국 30개 지역의 전화국을 스마트워킹센터로 바꿔 이 센터에서 근무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스마트워킹센터는 앞으로 협력사, 공무원들에게까지 개방할 계획이다.
KT는 스마트워크를 도입할 뿐 아니라 스마트워크를 사업 확장의 기회로 삼고 있다. 스마트워크를 도입하려는 업체들에 컨설팅,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및 공간을 패키지로 제공해서 앞으로 스마트워킹 시장의 50%를 확보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미 행정안전부의 스마트워크센터 구축사업을 수주해 현재 서울 도봉구청과 KT 분당지사에 센터를 구축 중이다.
이처럼 정부의 강력한 추진력과 민간의 참여 의지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2011년은 스마트워크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정부 정책
정부가 지난해 7월 ‘스마트워크 인프라 고도화 및 민간 활성화 기반조성’ 정책을 발표한 후 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는 세부 추진 계획을 내놓았다.
기본 틀이 된 정책은 2015년까지 노동인구의 30%가 스마트워킹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인근의 스마트워크센터로 출근해 업무를 하기도 하고, 육아를 하면서도 집에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이다. 잦은 출장과 이동으로 인한 비효율을 막고 비용도 절감하는 것도 목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세부 실천과제로서 스마트워크 도입을 촉진하기 위한 스마트워크 종합안내서인 ‘기업을 위한 스마트워크 도입·운영 가이드북’, 스마트워크 도입·운영 시 발생 가능한 보안 취약점 및 침해위협을 최소화 하기 위한 ‘스마트워크 활성화를 위한 정보보호 권고’를 제정·보급했다. 대면 중심의 조직문화 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고, 여성, 노약자, 중소기업 등은 비용부담으로 스마트워크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방통위는 △범국민 스마트워크 문화 확산 및 해외진출 지원 △여성, 노약자, 중소기업 등의 지원을 통한 스마트워크 도입 촉진 △정보보호 인증 및 품질등급제 등 안전·편리한 이용활성화 환경 구축 이라는 3대 분야의 10대 중점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범국민 스마트워크 문화 확산 및 해외진출 지원을 위해서는 스마트워크 활성화 촉진법 제정 등 스마트워크 관련 제도 정비를 통해 세제 지원, 근로자 권리보호 등의 정책을 펼칠 계획이다.
행정안전부는 2015년까지 스마트워크센터를 전국 5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올해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10개의 센터를 구축 운영할 방침이다. 이후 점차적으로 스마트워크센터를 지역 거점도시에도 적용해 전국 모든 공무원이 언제든지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행안부는 스마트워크가 민간기업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만들고 지속적인 지원 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해외 사례
스마트워크 하면 떠올리는 기업은 영국의 브리티시텔레콤(BT)다. BT는 전 세계적으로도 스마트워크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BT는 1993년부터 BT워크스타일이라는 탄력근무제를 도입하기 시작해 9만2000여명의 직원 가운데 85%가 스마트워킹에 참여하고 있다.
영국 BT는 스마트워크 도입으로 연간 7억5000만파운드 정도의 비용절감 효과와 직원 업무만족도 50% 상승, 직원 병가율 63% 감소, 사무실 내근자 대비 원격근무자의 업무생산성 20~60% 향상이라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이러한 성과를 거두는 배경에는 스마트워크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BT는 조직원들의 사고방식을 우선적으로 전환하려고 했다. 회사 사무실에서 개인 사무공간이 사라지고 팀원들과 떨어져 근무하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느낌을 갖도록 한 것이다. 2000년 초창기에는 직원들과 일대일 면담 등을 통해 설득하는 등 힘든 과정을 거쳐 정착될 수 있었다.
BT가 자사부터 스마트워킹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도입하면서, 스마트워크는 BT의 주요 비즈니스 모델이 됐다. 무엇보다 너도나도 BT의 스마트워크를 따라하려고 하고 있다. BT의 컨설팅과 BT의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것은 물론이고 BT 인력들도 스마트워크 분야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BT뿐만 아니라, 스마트워크 프로젝트는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시스코와 스마트워크센터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한 후 이를 시 주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암스테르담은 시 주변에 텔레프레즌스, VPN, IP 텔레포니 등의 통신기술로 사무실과 같은 업무 환경을 지원하는 스마트워크센터를 여러 곳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를 포함해 미국, 영국 등 주요선진국들은 자연재해 등에 대비한 비상대응체제 확보, 경제위기로 인한 공공비용 감소에 대한 대책으로 스마트워크 도입을 확산하고 있다. 자연재해가 일어날 때에도 원활한 업무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워크 도입시 지켜야할 정보보호 가이드라인>
구분 시장 규모(서비스+인프라)
2010년 8100억원(5300억+2800억)
2011년 9500억원(6300억+3200억)
2012년 1조1100억원(7400억+3700억)
2013년 1조3100억원(8800억+4300억)
2014년 1조5400억원(1조600억+4800억)
구분 고용 증대(명)
2010년 5만4000
2011년 6만4000
2012년 7만5000
2013년 8만8000
2014년 10만4000
출처 :KT 경제경영연구소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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