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하노버 세빗 전시장 중앙의 가장 큰 빌딩 ‘홀16’. 대부분의 3D업체가 부스를 차린 곳으로 입체 화면과 같은 볼거리 때문인지 관람객도 가장 많이 몰렸다. 여러 부스 중에서도 독일 현지 업체 ‘트리델리티(Tridelity)’는 단연 인기였다. 국내에도 일부 소개된 트리델리티는 무안경 3D방식의 대형 디스플레이를 출품해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매년 3월에 열리는 세빗은 사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서비스 중심의 전시회다. 주요 고객도 일반인 보다는 바이어·파트너와 같은 기업 고객이 주류를 이룬다. CES·IFA와 달리 소비자에게 관심이 높은 TV·PC·가전과 같은 제품은 메인 무대에 서기가 힘들다. 그러나 올해 세빗 주최 측인 도이치 메세는 이례적으로 ‘3D관’을 개설했다. 이는 3D가 그만큼 전 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주목할 점은 3D관에 전시된 대부분의 제품이 ‘무안경’ 방식이었다. 라인업도 TV보다는 교육·게임·의료 분야를 겨냥한 제품이었다. 아직은 틈새에 머물지만 무안경 제품이 개발 수준을 넘어 산업에 접목되고 예상보다 빠르게 우리 곁에 다가온 것이다.
실제로 세빗 2011에서는 트리델리티를 포함해 주요 글로벌 업체가 무안경 3D 제품을 출품했다. 닌텐도는 지난해 공개했던 무안경 방식 게임기 ‘닌텐도 3DS’를 출품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닌텐도는 해상도·시야각 등 여러 부분에서 미흡한 점이 많지만 최소한 소비자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독일 ACL·시프런트(Seefront)도 광고와 의료 시장을 겨냥해 무안경 방식의 17인치 디스플레이를 출품했다. 주로 신기술이 출품된 ‘홀9’에서도 독일 비젠소(Visenso)가 무안경 3D시뮬레이션으로 ‘가상 교실(Cyber classroom)’을 구현해 눈길을 끌었다. 방식은 다르지만 국내에서는 LG가 적극적이었다. LG는 휴대폰에서 모니터까지 편광 방식의 3D라인업을 선보였다. 지난달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내놓았던 무안경 휴대폰을 시작으로 3D 모니터, 3D 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두 개 카메라를 장착한 태블릿 등을 공개했다.
사실 세빗에 출품한 무안경 방식 3D는 편광 혹은 셔터 글라스 방식 3D TV와 달리 기술적으로 크게 앞선 제품은 아니다. 홀로그램 형태의 무안경 3D가 나온 시점도 상당히 오래됐다. 이들 업체가 출품한 제품은 두 개 이미지로 뇌가 마치 3D를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기술이다. 안경이 필요 없는 3D방식은 ‘패럴럭스 베리어(parallax barrier)’와 ‘레틴굴러 렌즈(lenticular lens)’방식이 있는 데 전시회에는 주로 패럴럭스 방식 기반이었다. 닌텐도 3DS도 샤프에서 만든 패럴럭스 패널을 사용했다. 이 방식은 필터를 투명하게 만들어 2D와 3D간 변환이 쉽고 대량 양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특정한 위치에서만 3D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무안경 제품은 아직 기술 장벽이 있지만 안경이 필요 없다는 편리성을 앞세워 대형 광고 ·교육·의료 등을 중심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또 실생활에도 ‘3D붐’을 일으키는 부수 효과를 올릴 전망이다. 트리델리티 CEO 마이클 루소는 “대형 광고판 시장에서 불과 수년 내에 10대 중에 한 대는 무안경 3D 제품이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