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한글자판 소비자가 골라쓴다

주부 김정인 씨(37)는 10년간 삼성전자 애니콜 브랜드 휴대전화를 쓰다가 최근 LG전자 스마트폰으로 바꿨다. 김씨가 가장 불편해한 것은 스마트폰 사용법이 아니라 ’휴대전화 문자 입력 방식’이다. 삼성 제품은 ’천지인’ 방식이었는데 LG전자는 ’나랏글’ 방식이기 때문에 주소록 입력에서부터 문자 전송까지 불편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씨는 "휴대전화 한글 입력 방식이 다를 줄 정말 몰랐다. 스마트폰으로 괜히 바꿨다는 생각까지 했다"며 "이게 지금까지 제조사별로 다르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나 내년부터 김씨의 불만은 사라질 전망이다. 삼성전자ㆍLG전자ㆍ팬택과 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 등 국내 모바일 대기업 6개사가 내년부터 출시하는 모든 스마트폰의 한글 입력 방식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최근 합의했기 때문이다.

7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6대 기업이 3종의 한글 입력방식을 모두 표준으로 인정키로 함에 따라 이달 중 모바일 한글 입력 방식 통일안(3개 복수 표준안)에 대한 안건을 전체회의에 상정하고 공청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기술적인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삼성ㆍLGㆍ팬택과 SK텔레콤ㆍKTㆍLG유플러스 등 6개사가 앞으로 출시하는 스마트폰에는 천지인(삼성), 나랏글(LG), SKY(팬택) 입력 방식을 모두 내장하기로 합의했다"며 "내년 초 출시되는 스마트폰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천지인·나랏글·SKY 자판 3종 탑재

방통위를 통과하게 되면 내년부터 삼성 스마트폰에는 천지인 방식 외에 LG 나랏글과 팬택 SKY 자판이 들어가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게 됐다. LG 스마트폰에도 삼성과 팬택 자판 방식이 내장된다. 그러나 애플 블랙베리 HTC 등 외산 스마트폰은 해당되지 않는다.

일반 휴대전화는 천지인 방식으로 통일이 유력한 가운데 아직 단일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기술표준원 중심으로 표준화 작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어 곧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입력 방식은 업체들이 표준안을 만들어 방통위에 건의한 만큼 전체회의 통과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안이 통과되면 휴대전화 한글 표준화를 제기한 지 무려 16년 만에 자판 일원화에 한걸음 다가서게 된다.

지금까지 삼성 휴대전화(스마트폰 포함)는 천지인, LG는 나랏글, 팬택은 SKY 입력 방식만을 고수해 소비자가 적잖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때론 소비자가 타사 휴대전화로 바꾸지 못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휴대전화 업체들이 소비자의 ’숙원’을 푼 것은 스마트폰의 빠른 확산으로 기술적으로 3개 방식을 1개 휴대전화에 내장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자사 자판 입력 방식을 유지하면서도 소비자 선택권을 늘릴 수 있다. 더구나 최근 중국에서 ’한글공정’ 등을 제기하며 휴대전화에서 한글 입력 방식을 단일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국내 대기업과 정부를 자극했다.

실제로 중국은 현재 진행 중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조선어(한글)와 중국어를 포함한 6대 법적 문자의 자판 입력 방식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한국이 먼저 표준화에 합의하고 발표하지 않으면 중국이 전인대 종료와 함께 앞당겨 휴대전화 한글 자판 표준화를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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