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세계화가 개발도상국에 혜택이 될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과 같은 국제기구가 만들어내고, 국제 투자자와 자본시장이 요구하는 규칙을 모두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반대하는 이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규칙이 가난한 나라들을 궁지에 몰아넣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오히려 강자에 의해 만들어진 규칙들과 거리를 두면 둘수록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무엇이 맞는 것일까.
하버드대 국제정치경제학과 교수인 저자는 세계화에 대한 이런 주장들이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재화·자본·서비스 시장이 ‘글로벌’한 가운데 시장을 뒷받침하는 제도 대부분은 ‘국가적’으로 운영되는 데에서 갈등이 생긴다며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 나선다.
이 책은 시장만능주의와 무조건적인 무역자유화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좋은’ 정부와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세계적 차원에서 세계무역기구(WTO)를 대신할 새로운 제도체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별국가가 자국 고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야 경제적 세계화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선진국 지도자들은 자국의 특별 이익단체가 옹호하는 정책이 마치 개도국 빈곤층을 위한 것인 양 꾸며대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 세계화 규칙은 저개발국에 자율성을 허용, 그들 고유의 전략을 통해 경제수준을 끌어 올릴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각 나라의 경제 현실에 맞는 정책과 제도는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이를 가능케 하는 세계화 지배구조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또 성공한 국가들은 어떻게 전략을 세웠으며 어떤 점들을 배워야 하는지 등 세계화와 경제 성장에 대한 의문과 대안들을 실증적 사례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대니 로드릭 지음, 제현주 옮김, 북돋움 펴냄, 1만5000원.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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