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둠’ 시리즈는 게임으로도 공포를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증명했다. 한정된 공간에서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괴물들 그리고 기분 나쁜 소음과 저 멀리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불규칙한 숨소리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둠 이후 많은 게임들이 호러게임에 도전 했지만 웰메이드라는 수식어를 얻은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한 편의 공포영화’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가 최신작 ‘데드 스페이스2’로 돌아왔다. 호러게임은 실제로 캐릭터를 조작해야 하는 탓에 공포영화보다 훨씬 강한 강도의 자극을 준다. 데드 스페이스2는 몇 가지 고전적인 호러게임의 법칙 위에 한층 풍부한 연출로 게이머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어둡고 낯설고 게다가 기분 나쁘기까지=데드 스페이스2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우주공간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전염병 ‘네크로모프’에 감염돼 괴물이 된 돌연변이 인간들과 사투를 벌인다.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혼자다. 데드 스페이스2는 좁은 시야, 침침한 조명, 기분 나쁜 사운드 등 호러게임의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주인공의 등 뒤에서 3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 게임은 주인공이 되는 몰입감과 관찰자의 입장을 동시에 전달한다. 3인칭 시점이지만 제한된 시야각을 제공하기 때문에 게이머는 항상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괴물들을 경계한 채로 가슴 졸이며 플레이해야 한다. 좁은 시야는 어둡고 음습한 폐우주선이란 배경과 만나 데드 스페이스 특유의 분위기를 만든다.
데드 스페이스2는 연출이 강한 게임이다. 주인공 ‘아이작’이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몰려오는 돌연변이를 제압하는 장면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돌연변이를 제거할 때 연출되는 하드고어한 표현도 수준급이다. 말 그대로 뼈와 살을 분리하는 장면을 제대로 표현했다.
보통은 플레이가 불가능한 연출 100%의 이벤트 장면에서도 플레이가 갑자기 진행된다. 엄밀히 말하면 이벤트 장면과 플레이의 이어짐이 물 흐르듯 매끄러워 당황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데드 스페이스의 세계는 ‘정신줄’ 놓는 순간 황천행이다.
전작에서는 챕터 사이의 로딩으로 게임 진행의 흐름이 종종 끊긴다는 불만이 제기 됐지만 데드 스페이스2는 사망 시 불러오기를 제외하면 로딩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덕분에 한층 더 몰입감이 느껴진다.
◇우주라는 공간을 100% 활용했다=데드 스페이스2는 우주라는 배경을 충분히 쓴다. 전작에서 지지물을 이용해 무중력공간을 이동했지만 이번에는 자체 추진기를 사용해 어느 방향으로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주인공의 자유로운 이동은 반대로 수 많은 변수를 만들어낸다. 사방에 널려 있는 기계장치에 빨려 들어가지 않게 조심해야 할 뿐더러 무중력 공간에서 조차 적들의 공격을 감수해야 한다.
데드스페이2의 우주공간은 게임의 대부분을 차치하는 폐우주선을 벗어나는 재미도 준다. 이 부분 역시 연출에 대한 평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주라는 공간에 홀로 버려지다시피 한 주인공의 딱한 처지가 광활한 우주와 비교돼 한층 비극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멀티플레이 모드에서는 싱글플레이에서 제거의 대상이었던 돌연변이가 돼 플레이할 수 있다. 인간 진영보다 공간 활용력이 높은 돌연변이로 플레이 하다보면 싱글플레이에서 맛 본 비장함과는 또 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멀티플레이 모드에서는 성장시스템을 통해 전과에 따라 능력치를 올릴 수 있어 보다 다양한 패턴의 전투를 즐길 수 있다.
데드스페이스2는 전작보다 강화된 연출과 게임성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바이오쇼크’ 시리즈와 더불어 ‘기이한 호러게임’ 시리즈의 양대 축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데드스페이스2 평점
게임성 ★★★ 호러게임의 법칙을 충실히 따랐다
그래픽 ★★★★ 비장미가 느껴지는 그림
사운드 ★★★★ 최근작 중 가장 기분 나쁜 사운드
조작성 ★★★ 배경에 딱 맞는 답답함
특이성 ★★★ 전작과 20% 정도 다르다
총평 6.8 / 10점
김시소기자 sis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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