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 <33>영업부장

 정부 부처가 자기 부처에서 관할하는 영역이나 산업에 대해 상식적인 정책을 추진할 때 그 부처 차관 등 고위 공직자들이 듣게 되는 호칭.

 해당 부처가 담당하는 분야에서 사용자들의 자유로운 선택을 보장하고 관련 종사자들이 활발히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을 나타내면 곧바로 해당 업계의 ‘영업부장’으로 불리게 된다.

 이 표현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인 최영희 의원이 모철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던진 말에서 유래했다. 두 사람은 밤 12시 이후 16세 이하 청소년들의 게임 이용을 차단하는 이른바 ‘셧다운제’ 규정을 담은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이 논의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앞에서 마주쳤다.

 여성가족부와 국회 여가위는 셧다운제를 PC 온라인게임뿐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X박스360 등 콘솔 게임에도 일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며, 온라인게임에만 셧다운을 적용해야 한다는 문화부와 대립하는 상황이었다.

 최영희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모 차관에게 “오늘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문화부는 게임 업계의 영업부장으로 알겠다”고 말했다. 이에 모 차관은 “스마트폰 게임 규제는 실효성도 없고 1인창조기업의 피해만 크다”고 답했다.

 스마트폰이나 콘솔 게임기의 네트워크 서비스에서도 청소년들의 심야 시간 접속을 차단한다는 것은 애플이나 구글 같은 앱스토어 운영 업체들, 혹은 1~2명이서 모바일 게임 개발해 앱스토어에 올리는 해외의 이름 모를 젊은이들에게도 우리나라 모든 국민의 주민등록 정보를 제공하고 밤 12시 이후 접속을 차단하는 시스템을 갖추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

 이런 정책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 따라서 상식적 발언을 했을 뿐인 모 차관을 ‘영업부장’이라 부르는 것은 오늘도 고객 만족을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는 수많은 영업 담당자들을 모욕하는 발언이란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여성부야말로 각종 인터넷 중독 치료센터와 관련 시민 단체의 영업부장이란 지적도 나온다.

 

 * 생활 속 한 마디

 

 A: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드리고, 로봇 청소기와 세탁기도 사 드리려 해요. 노인 문화센터에도 등록해 드리고요.

 B:그렇다면 오늘부터 당신을 실버 업계의 영업부장으로 알겠습니다. 돈 많이 벌라지.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