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빗의 대주제는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산업계에서 관심이 높은 클라우드 모델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세빗 전시장에 나온 출품작과 신기술도 대부분 클라우드 컴퓨팅에 집중됐다. 한 마디로 ‘세빗 2011’은 수년전부터 제기했던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가 성큼 다가왔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당장 출시가 가능한 신제품과 기술이 세빗 전시장의 주인공이었다면 함께 열린 심포지엄에서는 수년 후 펼쳐질 IT비전과 청사진을 보여 주는데 주력했다. 전시장 중앙 컨벤션 센터에서는 매일 주제를 바꿔가며 ‘글로벌 서밋’이 열렸다. 전 세계 IT전문가가 모여 차세대 ICT솔루션·가상 현실·엔터테인먼트와 모빌리티·소셜 미디어·앱 비즈니스 등 5가지 어젠다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글로벌 서밋을 관통하는 주제는 ‘원 월드, 원 웹(One world, One web)’이었다.
이는 모바일에서도 지금보다 수 십배 빠른 인프라가 깔리면서 새로운 IT세상이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유선에 이어 무선에서도 초고속 서비스망이 구축되면서 사실상 현실과 가상 세계의 구분이 모호해졌다고 참석자들은 입을 모았다. 여기에 PC중심에서 스마트폰·스마트패드 등 다양한 휴대형 단말기까지 등장해 시간과 공간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개막했다고 강조했다. 구글 유럽법인 세바스틴 마로테 부사장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모바일, 여기에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소셜 미디어까지 가세하면서 IT흐름이 웹 중심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며 “웹을 100%로 활용해 모든 정보와 소프트웨어를 이용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심포지엄에서는 여러 사례를 제시하며 디지털 가상세계가 현실세계 못지않게 비중이 높아졌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먼저 아마존에서 팔린 e북과 서적을 비교할 때 지난해 처음으로 e북 비중이 143대 100으로 일반 책 판매량을 앞질렀다. 독일 기준으로 지난해 매일 보내지는 e메일 건수는 12억2000만통에 달했다. 반면에 일반 편지 배달 건수는 6800만통에 그쳤다.
이 뿐 아니다. 지난해 페이스북 신규 가입자는 2억5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세계 4위 인구대국인 인도네시아에 맞먹는 규모다.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은 더 상상을 초월한다. 시스코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순수하게 모바일로 주고받은 데이터량은 237페타바이트(Petabytes)에 달했다. 이는 2억3700만 기가바이트(Gigabytes)에 해당하는 규모다. 4.7기가바이트 DVD를 기준으로 5040만장에 이른다. DVD 1장 두께가 1.2mm라고 보면 이를 차곡차곡 쌓으면 6000m로 알래스카 산맥의 맥킨리산(6194m) 높이와 엇비슷하다. 좀 과장해 한 해에 높이 6000m의 산이 만들어질만큼 모바일 데이터량이 폭증했다.
웹을 중심으로 현실과 가상의 벽이 사실상 허물어지면서 시장에서 새로운 게임의 법칙이 요구되고 있다. 협업 중심의 에코시스템이 부상하고 폐쇄가 아닌 공개 표준 환경이 떠오르며 조직 문화도 카리스마형에서 수평적 리더십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사무엘 팔미사노 IBM회장은 개막 연설에서 “스마트한 IT시대가 오고 있다” 며 “하나의 세상을 위해 운송·교육·공공·의료 시스템을 연결해 주는 공개된 표준이 필요하며, 수많은 데이터를 어떻게 안전하게 활용할 지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 기존 전통 리더십과 다른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