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장학금 얼마 늘리는 포퓰리즘은 능사가 아니다. 미래에 펼쳐질 스마트센서 시장을 중심으로 플랫폼을 만들고 전문가에게 과감하게 맡겨라.”
13일 국내 시스템반도체 대가 경종민 KAIST 교수는 반도체 인력 고갈 문제를 전자산업 위기로 봤다. 경 교수는 시스템반도체 인력양성 해법으로 다섯 가지를 꼽았다 △스마트센서 시장 대비 △플랫폼 구축 △전문가 위탁 등이다.
국내 이공계 특히 전자공학과 기피 현상으로 인해 시스템반도체 인력은 앞으로 매년 2000여명이 부족하게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지식경제부는 오는 6월 소프트웨어·시스템반도체 육성전략을 내놓는다.
경 교수는 시스템반도체 부문 인력 부족 문제를 전자산업 파국의 하나의 신호로 읽는다.
인력 부족 문제의 근본원인은 시장 변화에 있기 때문에 첫째,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를 먼저 조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능한 인재는 성장하는 시장으로 쏠리게 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부문의 비전을 명확하게 세워서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스마트폰 중심이지만 앞으로는 스마트센서 시장을 기반으로 새로운 융합산업이 촉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규모 재난과 병, 전쟁 등 사회 기반이 붕괴되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한 국가 재정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건물·가축·사람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스마트센서 시장의 가능성은 여기서 나온다는 것이다.
둘째, 그는 전자산업 중 반도체가 융합산업의 허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전자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하는 것이 현재 전자산업의 당면과제라고 꼽았다. 그가 말하는 플랫폼은 ‘설계하고 검증하는 환경부터 생산(파운드리)하고 조립하는 환경, IP DB, 교육자료, 평가체계, 인적 네트워크 등 반도체 비즈니스’를 일컫는다.
경 교수는 “회로 합성 기술은 과감히 버리고 반도체 내에서도 새롭게 중요해지는 인터페이스·전력·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등에 전념할 필요가 있다”며 “또 파이낸스·투자·경영·기계·소재·순수과학 등과 적절한 융합을 시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셋째, 그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예산을 확보하고 전문가 시스템을 구축한 후 이를 전문가에게 철저하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넷째, 인력양성 주관기관으로서 대학의 역할 정립을 거론했다. 교육과 연구를 하나로 묶어야 하며, 교육 또한 플랫폼에 기반을 두고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커리큘럼과 교육요강 개선은 필수다.
다섯째, 국책연구소는 코어와 스핀오프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은 실용연구를, 연구소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경 교수는 “플랫폼 없이는 단기이익만 가능하고 플랫폼을 만들어놓으면 시간이 걸려도 비약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며 “플랫폼을 만들고 이끌어갈 커다란 하나의 기구를 만들되 나눠 먹기 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철저하게 맡겨야 한다”고 요약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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