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년 전 프란시스 베이컨은 ‘아는 게 힘’이라고 주창하며 지식의 복음을 전파했다. 하지만 ‘데이터 스모그’의 저자 데이비드 셴크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을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정보과부하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정보단식(data-fasts)’을 강조한다.
하지만 쉔크가 철학자 베이컨의 ‘정보론’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대량 생산되고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정보과잉 사회에 살고 있는 디지털 인류에게 “정보는 유용하게 쓰일 때 제 가치를 찾는 것”이라고 따끔하게 조언을 하고 있다.
디지털 혁명으로 이루어진 정보화 사회의 정보취득은 거의 인터넷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어떤 이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어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시대의 흐름이겠거니 하면서 적응하려고 애쓴다. 수십개의 계정을 보유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는 이들도 있다.
페이스북, 블로그, 마이스페이스, 싸이월드 등을 이용하고 태그를 통해 검색어를 붙이고 문자를 보내고 트위터를 한다. 최신 뉴스를 읽고 있을 때 새로운 이메일이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울린다. 몇 분 뒤 휴대폰에서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는 벨소리가 울려 퍼진다. 몇 초 지나자 RSS 리더는 우리가 좋아하는 블로거 중 하나가 새로운 글을 올렸음을 알려준다. 그 와중에 난데없이 누군가 메신저로 말을 걸어오기도 하고, 팝업 창이 갑작스레 떠오르기도 한다.
멀티태스킹을 하기 위한 도구들이 때로는 집중력을 분산시킨다. 이 같은 자극의 불협화음이 산만함의 극치에 이르게 한다. 정보 과부하에 정보간섭이 극심하게 판치는 현실이다.
우리는 많은 정보를 접하면서 더 많은 정보가 제공될수록 허기를 느끼고 있다. 몸에 해로운 음식이나 불필요한 음식을 과다 섭취하면서도 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환자들과 다를 게 없다.
사이버 공간이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도입한 소설가 윌리엄 깁슨은 신경쇠약 증후군이라 불리는 정보 과부하 질병의 불길한 미래와 암울한 혼란을 예견했다. 정보 과부하와 정보간섭은 인간의 육체에 해를 입히거나, 정신적으로 판단력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 극작가 리처드 포먼도 “우리의 자아는 정보 과부하와 즉시 접근 가능한 기술의 압박 가운데 종속돼 얇고 넓은 자아로 대체되고 있다”고 했다.
정보의 검색과 취사선택, 그리고 활용은 우리 개개인에 달려 있다. 유용한 정보들을 취사선택해서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전략적 가치”로 변환시키는 것은 디지털시대 가장 중요한 능력의 척도가 되고 있다. 현대인들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질에 초점을 맞추어야한다.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구글의 하루 정보처리 용량은 현재 20페타바이트(1페타바이트는 1024테라바이트)라고 한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데이터 수집이 훨씬 빨라져, 불필요한 정보가 넘쳐나는 정보 과부하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는 정보 과부하와 정보의 혼돈에 질서를 부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모한 정보더미에 깔려버릴지도 모른다.
정보더미에 묻혀 질식하지 않으려면 정보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유용한 정보가 무엇인지, 참된 정보가 무엇인지 선별해 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동시에 정보 과부하와 정보간섭을 적절히 통제하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정보 홍수와 정보 과부하 시대. 정보가 천사의 고귀한 선물이 될지, 악마의 유혹이 될지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달려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서종렬(simonsuh@kis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