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주요 통신사업자들이 일본 대지진으로 손상을 입은 해저 케이블을 고치느라 분주하다. 사업자별로 짧게는 서너 날, 길게는 몇 주가 소요될 전망이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아시아 주요 국가로부터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해저 케이블의 절반 정도가 훼손된 것으로 추산됐다. 이 때문에 홍콩 등지에서 미국을 향하는 인터넷통신(트래픽) 속도가 느려진 것을 이용자가 체감하는 상황이다.
통신사업자들이 지진에 손상되지 않은 케이블과 위성을 이용해 서비스 우회경로(rerouting)를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인터넷 접속체계가 여전히 붕괴된 상태다. 일본 KDDI는 일본과 미국을 잇는 해저 케이블 가운데 하나가 손상돼 통신용 신호를 전송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KDDI는 해당 케이블이 완전히 끊어졌는지, 접속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른 문제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한 실정이다. 또 손상을 입은 부분이 해안에서 멀어 복구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였다.
일본 NTT커뮤니케이션스의 퍼시픽크로싱사업 부문도 지진 영향으로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케이블 ‘PC-1 W’와 ‘PC-1 N’을 이용한 서비스가 중단됐다고 밝혔다. 우회로를 확보했으되 일본 도호쿠 지역의 기업용 통신서비스가 불완전한 실정이다.
홍콩 광대역통신 시장을 지배하는 PCCW도 해저 케이블과 관련해 적잖은 피해를 봐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를 연결하는 통신서비스의 이용자 체감 속도가 크게 떨어졌다. PCCW 측은 서비스를 정상화하기까지 몇 주가 걸릴 전망이라고 밝혔다.
미국 AT&T를 포함한 14개 통신사업자가 합작한 아시아퍼시픽케이블네트워크2도 일본 동부 기타 해안에서 가까운 곳의 케이블에 손상을 입었다. 중국 제1 유선통신사업자인 차이나텔레콤의 일본과 북미를 잇는 ‘퍼시픽 크로싱 1’ 케이블도 일본 이바라키현 북부 기타이바라키시 인근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KT와 SK텔링크, 필리핀의 글로브텔레콤 등도 일본과 미국을 잇는 케이블의 일부가 끊어져 우회경로를 마련했다. 필리핀 바이얀텔레커뮤니케이션스는 상황이 심각해 디지털 통신망 서비스 수용능력의 40%에 지진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케이블통신망 운영회사인 팩넷의 빌 바니 대표(CEO)는 “많은 사람이 (홍콩에서) 미국으로 가는 인터넷속도가 느려진 것으로 체감한다”며 “일본과 아시아 여러 국가를 잇는 동아시아 횡단 케이블 가운데 훼손(단절)된 두 곳을 5~7일 안에 수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해저 통신케이블 손상 정도와 금전적 손실 규모는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통신사업자들은 다만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며 복구를 서두르는 데 주력한다”고 밝혔을 뿐이다. 국제 인터넷 데이터 통신과 음성전화의 대부분을 해저 케이블로 소화하기 때문에 복구가 시급한 상황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