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 고유가 시대의 에너지 정책

[ET칼럼] 고유가 시대의 에너지 정책

 중동정세가 불안해지면서 국제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월말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이후 지속적인 상승세다. 고통 받는 서민은 늘어가고, 정부는 연일 비상대책을 내놓고 있다.

 시계를 6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2005년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배럴당 105달러까지 올라갈 수 있는 슈퍼-스파이크(Super-Spike) 단계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당시에는 이를 믿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지금이야 배럴당 100달러의 유가가 새삼스러울 것이 없지만 당시 배럴당 유가는 고작 40달러였기 때문이다. 다들 아는 바와 같이 2008년 7월 배럴당 유가는 140달러를 넘어섰다. 이러한 고유가 시대에 국민들의 에너지 소비절약에만 매달릴 수 없는 입장에서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정부의 에너지 정책 중 가장 주목할 만한 3가지를 꼽는다면, 2008년 8월의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과 2010년 4월의 ‘지식경제 R&D전략기획단’의 출범, 그리고 2010년 7월의 ‘2차전지 경쟁력 강화방안’ 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건국 이래 최초로 수립된 20년 단위 장기 에너지 계획이다. 그간 공급 중심의 정책이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에너지 과소비 성향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향후 공급확대 못지않게 수요적인 측면에서 에너지 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둘째, 민간 중심의 지식경제 R&D전략기획단 출범은 나름대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R&D는 단기간 내에 성과를 가시화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R&D전략기획단이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정부가 충분한 시간을 주고 기다려 주여야 한다.

 셋째, 2차전지 경쟁력 강화 방안은 2015년까지 15조원을 투자하여 전기자동차 및 2차전지의 경쟁력 확대와 더불어 관련 소재산업을 함께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전이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이 탁상에서만 헛돌지 말고 현장 중심으로 강력히 추진되기를 기대해 본다.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우리의 미래 에너지 전략은 해외 자원확보와 국내 신재생에너지 개발·보급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 (RPS:Renewable Portfolio Standard)’와 같은 정책은 당초의 취지와 달리 해외의 핵심기술 보유업체만 혜택을 줄 수 있는 맹점이 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R&D 예산을 큰 폭으로 늘려 이를 국가 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이후 뜨겁게 타오르던 녹색성장의 열기가 많이 식었다. 녹색성장은 선택이 아니라 꼭 가야만 하는 길이라는 것을 우리 정부 당국이 다시한번 되새겨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상진 객원논설위원·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정책자문위원 forsji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