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알 수 없는 세계와 인간의 모든 부조리와 문제들의 원인을 설명하는 말.
처음에 간은 단순히 ‘피곤’의 원인에 불과했지만 최근 그 의미가 급속히 확장돼 요즘엔 거의 모든 문제의 원인에 대해 ‘간 때문이야’라는 한 마디로 대답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이 표현은 축구 선수 차두리가 등장한 모 간장약 광고에서 유래했다. 강인한 체력의 아이콘 차두리는 이 광고에서 밴드와 함께 등장해 피로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해맑은 얼굴로 ‘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피곤은 간 때문이야~’라고 노래한다.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알 수 없는 인생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갈망에 호소하는 간결하면서도 강력한 메시지로 혼돈과 무기력의 2011년을 사는 모든 한국인의 가슴 속에 깊이 각인된 표현이다.
쓰나미처럼 쏟아지는 정보에도 불구하고 삶은 더 팍팍해지고 삶의 의미와 부조리의 원인을 찾기는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정보를 분류하고 해석하기에만도 힘에 부친 현대인들은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실린 ‘간 때문이야’라는 묘하게 설득력 있는 주장에 자기도 모르게 마음을 내주고 말았다.
이제 순대가 떡볶이보다 맛있는 것도 ‘간 때문’이며, 간자장이 자장면보다 맛있는 것도 ‘간 때문’이다. 리비아 장기 집권과 북한의 3대 세습은 부자지‘간 때문’이며 서울대 음대 폭행 논란은 사제지‘간 때문’이다. 엄마가 해 준 밥이 아내가 해 준 밥보다 맛있는 것도 ‘간 때문’일지 모르나, 실제 이런 말을 하는 ‘간땡이’ 부은 남편은 살아남기 힘들다.
복잡다단한 현실의 부조리를 하나의 원인에 환원해 해석하는 것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이미 고 노무현 대통령 치세에 모든 인터넷 뉴스의 댓글에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댓글을 다는 놀이가 유행한 바 있다. 이런 현상은 최근엔 대통령이 바뀌어 민주주의도 후퇴하고, 경제도 어려워지고, 서민 삶도 힘들어지고, 배추 값도 폭등하고, 여성 탤런트도 세상을 등졌다는 ‘이게 다 MB 때문이야’로 모습을 바꿔 계속 나타나고 있다.
* 생활 속 한 마디
A:얼굴은 사람인데 뇌는 짐승인 아이들이 늘고 또 죽어가고 있는 이유가 뭔가요?
B:간 때문이야~ 간 때문이야~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