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파생상품 접속장비 다원화 방침에 증권 CIO들 집단 반발

 한국거래소가 파생상품거래시스템의 접속장비(라우터)를 부산에 추가로 설치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증권업계 최고정보책임자(CIO)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시스템 중복투자와 투자자별 주문체결 속도 차이 발생 등 다양한 문제가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KRX는 오는 8월까지 부산에 파생상품거래시스템용 접속장비를 추가로 설치한다는 계획을 회원사인 증권사 및 선물사에 통보했다. 현재는 증권사와 선물사들이 선물 주문을 내면 서울에 있는 접속장비를 거쳐 부산에 있는 메인시스템으로 송출되는 구조인데, 이 방침이 현실화되면 서울과 부산 두 곳의 접속장비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KRX는 파생상품거래시스템을 부산에 둔 취지를 살리고 부산지역의 금융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사 CIO들은 효과는 없고 중복 투자만 늘어날 것이라며 초기부터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파생상품거래시스템이 부산 KRX에 위치해 있는 만큼 부산의 접속장비를 활용하는 것이 속도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증권사마다 부산에 중복 IT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증권사의 한 CIO는 “결국 증권사마다 부산 접속장비를 이용하고자 할 것이고, 그렇다면 제 2전산센터를 부산지역에 둘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거래소는 한 증권사당 시설, 회선, 시스템 구축 등의 비용으로 적게는 6억원에서 많게는 30억원 가량을 투자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증권사들은 개발비와 운영비를 고려할 경우 이보다 훨씬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RX가 주장하는 지역경제 활성화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게 증권사들의 판단이다. 관련 정보시스템을 부산에 추가로 설치한다고 해도 운영인력이 서울에 있는 만큼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밖에도 증권사들은 일반투자자와 전문투자기관간 서비스 속도에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KRX 신재룡 경영지원본부 부장은 “글로벌 거래소들이 접속장비를 다원화하는 추세이고, 본사에 메인시스템이 있는 만큼 접속장비도 한집에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회원사들이 우려하는 투자 비용에 대해서는 공동서비스 센터 등을 통해 저렴하게 구축할 수 있도록 코스콤측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